[K 초대석] “고난은 나를 더 강하게”…윤본희 변호사

 

시련 딛고 차세대 한인법조인 멘토링에 온힘

동료 변호사들 “모든 길은 Bonnie로 통한다”

 

2013년 3월26일 백악관.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선정한 11명의 ‘변화의 챔피언(Champions of Change)’들과 회의를 가졌다. 회의의 주제는 ‘이민개혁’. 미국 전역에서 선정된 소수계 이민 전문가들이 대통령에게 이민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했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한인으로 참석한 사람이 바로 윤본희(미국명 Bonnie Youn) 변호사다. 이미 이민법과 관련해서는 슈퍼 변호사로 명성이 높았고 아시아계의 권익을 대변하는 인물로 꼽혀 각종 정부행사의 단골손님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어느날 한인사회로부터 사라졌고, 최근 애틀랜타로 이주한 사람들은 ‘윤본희’라는 이름 자체를 알지 못하게 됐다.

법조인 리크루팅 전문가로 변신

백악관의 ‘영광’으로부터 6년여의 시간이 지난 5일 윤본희 변호사를 도라빌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5년전 ‘그 일’이 있은 뒤 처음으로 한인 기자를 만났다고 말문을 열었다.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근황을 물었더니 “어제(4일) 남편과 함께 AJC 피치트리 5K 달리기 대회에서 완주를 했다”고 자랑한 뒤 “현재 리걸 리크루팅(Legal Recruiting) 에이전시에서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녀가 속한 회사 이름은 RMN 에이전시(대표 라지 M, 니차니 변호사). 윤변호사는 시니어 리걸 리크루터로 에이전시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이 회사가 하는 일은 로펌이나 기업, 기관들이 필요로 하는 변호사와 패러리걸(Paralegal)을 리크루트해 소개하는 일종의 변호사 ‘탤런트 에이전시’다.

윤변호사가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차세대 변호사를 양성해 이들에게 대형 로펌에서 일할 기회를 갖게 해주는 것이다. 그녀는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3명의 한인 변호사와 2명의 한인 패러리걸을 로펌에 소개했다”면서 “탁월한 젊은 아시아계 변호사들을 발탁해 그들을 좋은 로펌과 연결해주는 것이 너무 기쁘다”며 인터뷰후 처음으로 웃음을 보였다.

그녀는 “RMN에이전시의 니차니 창업자도 인도계로 아시아계 변호사를 키우자는 내 목표와 지향점이 일치한다”면서 “젊은 한인 및 아시아계 변호사들을 만나 그들에게 비전을 전해주는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말했다. RMN에이전시는 특히 동료 법조인들에 의해 ‘애틀랜타 베스트 리걸 리크루팅 에이전시’로 4년 연속 선정된 곳이다.

윤변호사는 한인 차세대 법조인들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에도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녀는 “로스쿨에 재학하고 있는 한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 기법과 자기소개서 작성방법 등을 차근차근 교육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대형 로펌은 여전히 다양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 로펌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실력과 함께 네트워킹 마인드도 키워야 한다”고 전했다.

이벤트, 네트워킹?…”Bonnie에게 물어봐”

윤변호사는 현재 조지아한인변호사협회(KAGABA) 이사이자 커뮤니케이션 의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또한 귀넷카운티변호사협회(GCBA)에서 한인 및 아시아계를 대표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얼마전 한인으로서는 최초로 GCBA 회장에 선출된 도널드 리 변호사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더니 “주로 정부기관에서 일하다 보니 지역 한인사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면서 “바니(Bonnie)에게 부탁해서 인터뷰를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인 변호사들의 이벤트나 네트워킹은 물론 각종 국제대회, 다른 아시아계의 모임 등에서 윤변호사의 역할은 돋보인다. 지난해 애틀랜타에서 최초로 열린 제26회 세계한인변호사회(IAKL) 연례 컨퍼런스에서도 윤변호사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지난 5월31일 조지아 아쿠아리엄에서 열린 조지아아시아태평양변호사협회(GAPABA, Georgia Asian pacific American Bar Association)갈라 주최측도 윤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두 대회의 기조연설자는 모두 한인인 박병진 연방 조지아북부지검장이었다.

윤변호사는 “터커에 살고 있어 우리 동네 지역구 의원이기도 했던 박병진 지검장(릴번)을 비롯해 많은 아시아계 법조인 및 지역사회 인사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차세대 법조인들도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꼭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샘 박 조지아주 하원의원의 선거 캠페인에도 참여해 함께 승리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그래서 변호사협회 등에서 일하는 한인이나 아시아계 변호사 사이에서는 “이벤트를 하려면 바니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격언’이 있다.

폭풍처럼 닥쳐온 시련…그래도 절망은 없다

긴 인터뷰는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과거의 그 일’로 되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챔피언’이 된지 1년만인 2014년 4월 연방 조지아북부지검은 한 의뢰인의 영주권 서류 허위작성과 증언조작 혐의로 윤변호사를 기소했다. 무죄를 주장한 윤변호사측과 검찰의 치열한 법정 다툼은 2년이나 걸렸고 그녀는 검찰이 주장한 일부 혐의만을 인정해 집행유예 2년, 변호사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다.

그녀의 변호사 자격은 지난해 5월 다시 회복됐지만 이 사건은 아직도 애틀랜타 법조계에 여운이 남아있는 케이스다. 당시 불법적인 이민단속 등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를 내던 윤변호사였기에 검찰의 수사 의도에 대해 ‘이민 억압’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윤변호사의 일부 유죄 인정으로 법적 절차는 모두 마무리됐다.

그 일로 얻은 교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녀는 “할 말이 많지만 한마디로 줄이자면 고객이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도움을 줘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시의 심경이 어떠했느냐는 질문에 “폭풍처럼 다가온 고난이지만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버텨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멈출 수 없는 눈물이 흘려내렸다.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남편이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 그는 나의 영감(Inspiration)이다. 몇년만에 처음으로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이젠 정말 과거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이 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다시 고객을 맞는 변호사로 돌아올 생각은 없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그녀는 “Never say never(결코 아니라고 말하지는 않겠다)”라면서 “하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긍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쉽게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터뷰를 맺었다.

이상연 대표기자

윤본희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