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투자보다 챗GPT 투자가 수익률 더 높아

플로리다대 연구팀…AI 투자 논란, “시장변수 많아 한계…발전 가능성”

챗GPT
챗GPT [오픈AI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챗GPT 등 인공지능(AI) 챗봇 열풍이 불면서 AI를 투자에 활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월가가 AI 기술 발전에 따라 새 활용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가는 오랫동안 주식 거래와 위험 관리 등에 자동화 알고리즘을 사용해왔으나 AI를 사용한 투자 결과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월가에서는 40년 전에 헤지펀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를 설립한 제임스 시먼스 등 수학자 출신 퀀트(수학·통계에 기반해 투자모델을 만들거나 금융시장 변화를 예측하는 사람)들은 투자 결정을 컴퓨터에 맡기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들은 AI의 일종인 머신 러닝을 수년간 활용해 과거 데이터를 통해 패턴과 수익을 낼 수 있는 거래를 추정할 수 있는 거래 모델을 만들었다. 여기에 인간의 개입은 제한됐다.

그러나 모든 업무를 기계에 맡기는 데 성공한 기업은 거의 없었고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와 다른 기업들은 최첨단 AI보다는 고급 통계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퀀트들의 설명이다.

AI를 투자에 활용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투자에 사용되는 AI는 챗GPT 등 언어 기반 AI보다 더 제한된 데이터 세트에 의존한다는 점이라고 WSJ은 짚었다.

챗GPT의 경우는 책, 신문, 인터넷에서 수십 년 또는 수백 년간의 글과 기타 자료를 활용하는 1천750억개의 매개변수를 활용한다.

그러나 헤지펀드 매니저와 다른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가격 책정과 다른 시장 자료를 활용해 자체 거래 시스템을 학습시키는데 이는 본질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시장 데이터는 언어나 다른 데이터와 달리 노이즈가 많아 시장 움직임을 설명하거나 예측하기 더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수익과 모멘텀, 투자자 심리와 다른 금융 자료는 주가의 움직임을 부분적으로만 설명할 뿐이고 나머지는 설명할 수 없는 노이즈이기 때문에 머신러닝 모델이 다양한 시장 데이터의 상관관계는 파악할지언정 미래의 주가 움직임까지 예측할 수는 없다.

아울러 언어와 달리 시장은 기업이 전략을 바꾸고 경제·정치 환경이 급변하는 등 빠르게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 추세에 기반한 머신러닝 모델로 투자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이 같은 한계에도 투자자들은 점차 AI 활용에 대해 익숙해지는 조짐이 보인다고 WSJ은 전했다.

AI를 이용하는 헤지펀드 볼레온 등이 설립됐고 다른 헤지펀드 뉴머라이는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지난해 수익률 20%를 달성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AI 활용이 결국 투자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볼레온의 존 매콜리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머신러닝 전략을 세우기는 어렵고 처음엔 잘못된 것이 많다”면서도 “하지만 한번 작동하게 되면 이 전략이 더 정확한 예측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챗GPT를 활용하면 임의로 투자했을 때보다 더 큰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미 CNBC 방송이 보도했다.

플로리다대학교의 알레한드로 로페스-리라 금융학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금융 관련 주요 기사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는 챗GPT를 통해 분석했더니 다음 날 수익률 방향이 임의 투자보다 더 높았다.

연구팀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과 관련한 2022년 10월부터의 기사 제목 5만개 이상을 활용했다.

로페스-리라 교수는 “챗GPT가 인간을 위한 정보를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은 만약 시장이 완벽하게 대응하지 못하더라도 수익률 예측이 거의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