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의 활력·기민함”…바이든, 국정연설 특별훈련

공화당과 열띤 말싸움…야유에 실시간 반박

대중국 강경론으로 정찰풍선 정국 정면돌파

2024년 재선 앞두고 중류·서민층 집중 공략

美 상·하원 합동회의서 국정연설 하는 바이든 대통령
美 상·하원 합동회의서 국정연설 하는 바이든 대통령/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이 7일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한 국정연설은 재선 선거운동 의 시작처럼 보였다는 게 주요 언론매체들의 분석이다.

연설 도중 야당인 공화당 측으로부터 야유가 튀어나오자 80세의 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이 실시간으로 침착하고 신랄하게 맞받아치며 활력과 기민함을 부각했다.

국정연설을 하기 전 바이든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 별장과 백악관에서 참모들과 함께 철저한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채널 CNN은 바이든이 연설에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노골적인 적대감 표출에도 불구하고, 다른 것과 섞이지 않은 순수한 낙관의 메시지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나의 공화당 친구들에게, 만약 우리가 지난번 의회에서 함께 일할 수 있었다면, 이번 의회에서도 함께 일하면서 중요한 일들에 대해 합의를 찾아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에게 “의장의 명성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지만, 당신과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며 사전 배포된 원고에는 없던 농담을 던졌다.

그는 “일부 공화당원들은 사회보장제도와 메디케어(65세 이상 고령층이 주 대상인 미국의 공공의료보험)의 일몰을 원한다”고 말한 후 공화당 의원들의 야유가 쏟아지자 이를 맞받아치면서 이 두 사안은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끌어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의원들이 소리를 지르고 야유를 퍼붓자 오히려 더 힘이 나는 듯했다고 미국 일간 NYT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리 준비한 연설 원고를 텔레프롬프터로 읽는 것을 중단하고, 생중계되는 카메라 앞에서 직접 공화당원들에게 맞대응 답변을 했다.

이런 장면에 대해 NYT는 “때때로 (연설이 이뤄진 미국 의회) 의사당이 마치 영국 의회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영국 의회에서는 야당이 의회에서 연설하는 총리 등에게 야유를 퍼붓는 것이 전통으로 여겨진다는 게 NYT의 설명이다.

◇ 캠프데이비드 별장과 백악관 사무실서 철저히 연습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국정연설을 실제로 하기에 앞서 캠프데이비드의 대통령 가족 별장과 백악관에서 참모들과 함께 철저한 연습을 한 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참모들은 지난 주말 캠프 데이비드에 있는 회의실에 단상, 마이크, 조명, 텔레프롬프터를 설치해 놓고 바이든이 참모들과 함께 연설 연습을 하도록 했다. 공화당 의원들이 소리를 질러 연설을 방해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지도 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에는 ‘지도 방'(Map Room)이라고 불리는 사무실에 비슷한 시설이 설치됐다.

이런 철저한 대비가 성과를 거둬, 미리 준비한 원고 가운데 막힌 부분이 몇 군데 있긴 했으나 전체적으로는 활력 있게 연설이 진행됐다.

특히 공화당 의원들이 연설을 가로막을 때도 바이든 대통령은 머뭇거리지 않고 곧바로 맞받아치면서 본인을 오히려 돋보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참모들은 연설문 초안을 작성하면서 메시지에 집중했지만, 힘이 넘치는 프리젠테이션이 되도록 언어 자체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CNN은 전했다.

◇ 2024년 재선 도전을 겨냥한 의제·자세 설정

CNN은 바이든이 국정연설에서 “일(대통령 업무)을 계속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심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만 80세이며, 2024년 재선에 성공한다면 재선 임기 말인 2029년 초에는 86세가 된다.

이번 국정연설에도 바이든이 정치인생 내내 언급해 온 중류계급과 노동계급 등 서민층을 겨냥한 내용이 많이 포함됐다.

그는 “잊혔다고 느끼는 분들이 여러분들 중에 참 많다”며 최근 40년간의 경제 대변동 과정에서 소외된 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집에서 (국정연설을 TV로) 지켜보고 있는 당신일지도 모른다”며 이들의 근심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더힐에 따르면 바이든은 “누구든지 사회보장 예산을 삭감하려고 한다면, 내가 막을 것이다. 그리고 누구든지 메디케어 예산을 삭감하려고 한다면, 내가 막을 것이다. (사회보장과 메디케어가) 뺏기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안 되고, 내일도 안 되고, 영원히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연설에서 초당적 협력을 자주 강조하면서도 민생 문제와 관련된 일부 영역에서는 공화당원들과 확실히 대립구도를 그으려고 한 점 역시 재선 도전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국정연설 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국정연설 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AP=연합뉴스

◇ 중국 겨냥 강경 레토릭 구사…정찰풍선 국면 정면돌파

이번 국정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강경한 레토릭을 구사한 점도 눈에 띈다.

그는 “중국이 우리의 주권을 위협한다면, 우리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행동할 것이고 그렇게 했다”, “오늘 우리는 수십 년 내에 중국 혹은 세계 다른 누구와 경쟁에 있어 가장 강력한 위치에 있다” 등 발언을 쏟아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미국을 강력하게 만들기 위해 투자하는 것, 우리가 미국의 혁신 및 미래를 좌우하고 중국 정부가 장악하고자 하는 산업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나는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 동맹에 투자하고 우리 첨단기술을 우리 상대로 역이용하지 못하게 보호하는 것, 안정을 지키고 공격을 억제하고자 우리 군을 현대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는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기술의 대(對)중국 수출 통제 등 중국 견제하기 위한 대응조치를 언급한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은 다만 “충돌이 아닌 경쟁을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었다”, “미국의 이익을 증진하고 세계를 이롭게 할 수 있는 지점에서 중국과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며 필요시 협력 의사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