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억 들여 고친 ‘월성1호기’ 조기폐쇄

말바꾼 원자력안전위원회… “경제성은 소관 밖”

평가 타당성, 한수원 이사회 배임 등 논란 남아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영구정지가 확정됐다. 이로써 월성1호기는 해체를 앞두고 있는 고리1호기에 이어 국내 두번째 영구정지 원전이 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4일 열린 제112회 회의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1호기 영구정지를 위해 신청한 운영변경허가안을 표결 끝에 원안대로 의결했다.

월성1호기는 지난 1982년11월21일 가동을 시작해 2012년11월20일 운영허가가 끝났지만, 원안위로부터 2022년까지 10년 연장운전 승인을 받아 2015년6월23일 발전을 재개했다. 이 과정에서 한수원은 재가동을 위해 3년 간 노후 설비 교체와 안전성 강화 등에 총 700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한수원 이사회는 지난 2018년6월 경제성을 이유로 월성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하고 운영을 정지했다. 원안위는 지난 2월 한수원으로부터 월성1호기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제출 받았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심사와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의 사전검토 등을 거쳐 월성1호기 영구정지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원안위는 지난 10월과 11월 열린 제109회, 제111회 회의에서 월성1호기 영구정지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일부 의원들이 지난 9월30일 국회가 한수원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과 이사회 이사들의 배임행위 등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요구한 데 대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의결을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세번째 논의에 나선 이날 회의에서도 같은 이유로 의결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진상현 위원이 표결 처리를 제안했고 참석위원 7명 중 6명의 위원이 찬성해 표결에 들어갔다. 표결 결과 찬성 5명(엄재식, 장보현, 김재영, 장찬동, 진상현), 반대 2명(이병령, 이경우)으로 출석위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 월성1호기 영구정지안이 최종 의결됐다.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2022년까지 가동할 예정으로 7000억원을 투입해 수리해놓은 원전을 경제성을 이유로 조기 폐쇄하는 데 대한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표결에 반대한 이병령 원안위 위원은 “7000억원을 들여 수리하고 원안위에서 계속 운전하라고 허가했는데 정권이 바뀌어 탈원전 정책을 쓰고 한수원 사장 취임 두 달만에 경제성이 없는 걸로 갑자기 바뀌었다”며 “원전은 국가에 대한히 중요한 재산인 데 특별한 이유 없이 조기폐쇄 하는 게 아깝고 이런 일이 관례화돼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경영 위원 역시 의결에 반대하며 “경제성 보고서를 보니 월성1호기 현금 흐름 내용 어디에도 특이점이 없었다”며 “고리1호기와 다르게 수명이 남은 원전에 대해 재가동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어떻게 안전을 관리할 지 논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찬성 측에선 월성1호기의 경제성이나 한수원의 배임 행위에 대한 판단은 원안위 권한 밖에 일이며, 안전성만을 놓고 보면 문제될 것이 없어 더 이상 의결을 미뤄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킬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특히 엄재식 원안위원장이 이런 주장을 강하게 밀어 붙이며 반대 입장을 가진 위원들과 연신 설전을 벌였다.

엄 위원장은 “원안위가 가진 권한과 위상을 고려했을 때 엄격하게 안전성 심의 중심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며 “의사결정은 법과 규정에 의해 하는 것이며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문제가 없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잔찬동 위원은 “현실적인 것을 고려했을 때 2012년 계속 운전 심사를 끝낸 다음 3년에 걸쳐 재가동을 했는데 지금 수명이 3년이 안 남아 있다”며 “이번에 정지를 안하고 계속 가면 소모적 논란이 될 것이며 그런 실질적인 이익 없는 상태로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김재영 위원은 “원안위의 역할과 안건 범위 등을 고려했을 때 감사원 감사나 한수원 배임 등은 어불성설”이라면서도 “수명연장 한 것부터 논란이 많았고 소송에 걸려 패소하고 항소해 2심 결과가 나올텐데 일관성이 없는 정책의 대표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원자력안전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12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