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재우며 음란채팅 강요…죽을 수도 없었다”

CNN, 중국 조직서 탈출한 북한출신 여성들 사연 소개

실종아동 찾기 더보기중국에서 음란 화상채팅을 하는 범죄 조직에 붙잡혀 있다 탈출에 성공한 북한 출신 여성들의 사연이 9일 미국 CNN에 소개됐다.

CNN은 탈북브로커에게 속아 중국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에서 수년 간 음란 화상채팅을 했다는 리유미·광하윤씨(이상 가명)가 작년 10월 한국인 조력자의 도움으로 제3국 주재 한국 대사관으로 피신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 CNN 방송이 9일(현지시간) 중국의 음란 화상채팅 조직에 붙잡혀 있다 작년 10월 탈출에 성공한 북한 출신 여성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CNN 홈페이지 캡처)

CNN에 따르면 북한 조선노동당 하급 간부의 딸로 끼니 걱정 없이 자랐다는 리씨는 부모와의 불화가 잦던 가운데 5년 전 탈북 브로커를 알게 돼 다른 7명의 여성과 함께 두만강을 건넜다.

그러나 브로커는 ‘식당 일을 알아봐주겠다’던 당초 약속과 달리 리씨를 3000위안(약 51만원)에 음란 화상채팅 조직에 팔아넘겼고, 이후 리씨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광씨와 함께 변두리 1방 2개짜리 아파트에 감금된 채 음란 화상채팅을 해야 했다.

리씨는 당시 ‘남한 출신’이라는 남성의 감시 아래 6개월에 한 번 꼴로 인근 공원에 나가보는 게 외출의 전부였다고 한다. 리씨는 2015년엔 아파트 배수관을 타고 탈출을 시도하다 떨어지는 바람에 허리와 다리를 다치기도 했다.

리씨와 같은 방을 썼던 광씨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암 치료비를 벌고자” 7년 전 17세 나이에 중국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광씨가 하루 4시간씩 쪽잠을 자면서 음란 화상채팅을 통해 번 돈은 모두 조직에서 가로채갔다. ‘돈을 달라’고 요구했을 때 그에게 돌아온 건 구타와 욕설뿐이었다고 한다.

리씨 등에 따르면 이들이 음란 화상채팅을 웹사이트의 주고객은 한국 남성들이었다.

리씨는 “그냥 대화만 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어떤 자세를 요구하거나 옷을 벗고 내 몸을 만지라는 등 그 이상을 원했다”면서 “1000번이나 죽는 기분이 들었지만, 감시당하고 있어서 자살조차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리씨 등이 이곳을 벗어날 기회가 생긴 건 지난해 여름 무렵 사이트에 접속한 한 남성이 이들이 감금돼 있는 사실을 알고 도와주겠다고 제안하면서다.

이 남성은 리씨에게 탈북자 지원 단체 ‘두리하나’ 대표인 천기원 목사의 연락처를 건넸고, 이후 리씨 등은 천 목사 등의 도움으로 옌지를 무사히 떠나 제3국으로 향할 수 있었다.

리씨는 제3국의 한국 대사관에 들어가기 전 “앞으로 영어와 중국어를 공부해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고, 광씨 또한 “못다 한 학업을 계속해 졸업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