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축구 10대뉴스] 손흥민-이강인 뜨고, 기성용-구자철 지고

돌아보니 일이 참 많았던 2019년 축구계다. 뿌듯한 때도 있었고 아쉬움이 남던 순간도 있었다. 59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도전했던 아시안컵은 실패로 끝났고 슈퍼스타라던 호날두는 한국의 축구 팬들을 기만했다. 그러나 손흥민, 이강인, 정정용, 박항서 등 팬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어준 축구인들이 더 많았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축구계 1년을 되짚어본다./편집자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손흥민이 6일 오전 경기도 파주 NFC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 월드 클래스 반열에 올라선 ‘손세이셔널’ 손흥민

손흥민이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손흥민은 지난 11월7일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2019-20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B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려 4-0 승리를 견인했다. 당시 2골은 손흥민의 유럽무대 개인통산 122호와 123호 득점이었다.

이로써 손흥민은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인 유럽무대 최다골(121골)을 뛰어 넘는 뜻 깊은 이정표를 세웠다. 2020년이 되어도 손흥민의 나이는 스물여덟에 불과하다. 앞으로 골을 넣는 족족 새로운 기록이 된다.

손흥민은 12월8일 번리와의 EPL 16라운드에서 전 세계를 열광시켰다. 무려 70m 이상의 거리를 홀로 질주한 뒤 상대 골망을 흔든 ‘원더골’을 터뜨려 큰 화제를 일으켰다. 박지성은 “그 장면이 현재 손흥민의 레벨을 설명하는 것”이라 평했다. 손흥민은 이제 월드 클래스다.

◇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도전 실패… 8강서 좌절

2018년 8월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파울루 벤투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 때 2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하나는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좋은 성적이었고 또 하나는 2019 AFC 아시안컵 우승이었다. 두 번째 목표는 실패로 끝났다.

대표팀은 1월25일 오후 UAE 아부다비의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0-1로 패배, 4강행이 좌절됐다. 무려 59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렸으나 8강 중도하차라는 실망스러운 결과에 그쳤다. 이번이 우승의 적기라는 평가가 많았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에이스 손흥민의 기량이 물올랐고 완숙미가 넘치는 기성용과 이청용 등 베테랑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무대였다. 여기에 황희찬과 김민재 등 젊은 패기가 적절하게 섞이면서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뤘다. 그러나 남태희, 나상호, 기성용 등 부상자 속출과 함께 온전한 전력을 가동하지 못하면서 또 다시 아시아 정벌을 다음으로 기약했다.

구자철(완쪽)과 기성용이 동반 은퇴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아듀 기성용, 구자철…대표팀 은퇴 선언

10여 년 넘게 축구대표팀의 기둥으로 활약한 기성용과 구자철이 동반 은퇴했다. 아시안컵이 두 선수의 마지막 A매치 무대였다.

기성용은 1월30일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2019 AFC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국가대표라는 큰 영광과 막중한 책임을 내려놓으려 한다. 축구인생에서 국가대표는 무엇보다 소중했다”며 “그동안 많은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신 팬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작별을 알렸다. 구자철 역시 아시안컵 8강전 패배 후 “대표팀 생활의 마지막”이라며 은퇴를 선언했다.

2008년 9월5일 요르단과의 친선경기를 통해 데뷔전을 치른 기성용은 3번의 월드컵을 포함해 A매치 110경기에 출전해 10골을 기록했다. A매치 110경기는 역대 최다 출전 8위에 해당한다. 구자철 역시 비슷한 시기에 대표팀에서 활동하며 총 76번의 A매치 기록을 남겼다. 이 기간 두 번의 월드컵(2014, 2018)과 세 번의 아시안컵(2011, 2015, 2019)에 나섰다.

U-20 축구대표팀 이강인 선수가 16일 오전(한국시간) 폴란드 우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전 대한민국과 우크라이나의 경기에서 3:1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막내형’ 이강인 앞세운 정정용호, FIFA U-20월드컵 준우승

2019년 축구계의 가장 큰 쾌거는 역시 정정용호의 FIFA U-20 월드컵 준우승이었다. 연령별 대표팀을 모두 포함, 한국 남자축구가 FIFA 주관 대회에서 결승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지난 6월 폴란드에서 열린 2019 U-20 월드컵에서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마지막 무대까지 밟았다. 비록 결승에서 우크라이나에 1-3으로 패해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는 못했으나 준우승 역시 찬란한 이정표였다.

정정용호는 조별리그 1차전부터 결승까지 7경기 모두 다른 콘셉트로 경기에 임하는 팔색조 전술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 중심에 ‘막내 형’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강인이 있었다. 18세라는 가장 어린 나이로 대회에 나선 이강인은 매 경기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면서 에이스이자 리더의 몫을 톡톡히 해냈다. 2골 4도움을 기록한 이강인은 MVP겪인 ‘골든볼’을 수상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에서 벤치에 앉아 있다.

◇ 한국 팬 무시한 유벤투스와 호날두의 ‘노쇼 논란’

지난 7월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는 ‘대국민 사기극’으로 끝났다. 푹푹 찌는 무더위 속에서도 세계적인 클럽 유벤투스와 그 속의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던 축구 팬들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던 빅클럽 횡포에 불쾌지수만 한껏 높이고 집으로 돌아갔다.

시작부터 끝까지 애초 계획대로 진행된 스케줄이 없었다. 유벤투스 선수들은 예정된 시간보다 한참이나 늦게 경기장에 도착했고 이로 인해 킥오프가 1시간가량 지연되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최 측의 특별한 안내 공지도 없었기에 경기장을 가득 채웠던 팬들은 영문도 모른 채 부채질만 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번 이벤트의 ‘알맹이’ 겪인 호날두는 단 1분도 뛰지 않았다. 계약서 상 ‘최소 45분 이상 뛴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고 알려졌으나 호날두와 유벤투스는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팔장만 끼고 있었다. 형식적인 사과조차 없어 팬들을 더 분노하게 만들었던 ‘호날두 노쇼’ 사태는 역대 최악의 축구 이벤트로 남을 전망이다.

◇ 황당 월드컵 예선… 평양·레바논 원정서 잇따른 무관중 경기

축구대표팀이 A매치를 ‘무관중 경기’로 치르는 흔치 않은 일을 겪었다. 심지어 2경기 연속 반복됐다. 특정 국가의 A매치가 2경기 연속 무관중으로 치러진 것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다. 단순한 친선경기도 아닌 FIFA 월드컵 대륙별 예선 과정에서 나온 일이라 더 황당했다.

벤투호는 지난 10월15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3차전을 ‘무관중 무중계’ 깜깜이 경기로 치렀다. KFA 쪽에서는 전혀 알지 못했던, 북한 쪽의 일방적 결정이었다. 당시 현장을 찾은 인판티노 FIFA 회장도 몰랐던 일이다.

대표팀은 11월14일 베이루트에서 진행된 레바논과의 4차전도 무관중 아래서 진행했다. 최근 반정부 시위가 격화된 레바논 현지 사정을 감안, 안전사고를 우려한 레바논 축구협회가 AFC 측에 무관중 경기를 제안했고 AFC가 이를 받아들여 결정됐다. 낯설고도 열악한 환경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진행된 경기였는데, 모두 0-0으로 끝났다.

◇ 멈추지 않는 박항서 매직… 베트남, 60년 만에 SEA게임 우승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박항서 매직’이 이어졌다. 진짜 마법사처럼,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계속해서 탐스러운 결실들을 맺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2 축구대표팀이 12월10일 필리핀 마닐라의 리자이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린 인도네시아와의 ‘2019 동남아시안(SEA)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3-0으로 승리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SEA게임에서 베트남 남자축구가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무려 60년 만의 쾌거였다.

SEA게임만 잘한 것도 아니다. 베트남은 지난 1월 아시안컵에서 8강까지 진출했다. 한국과 같은 성적이었다. 그리고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G조에서도 3승2무 무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적어도 최종예선 진출은 상당히 유력한 상황이다.

◇ 전북현대 K리그1 극적 역전 우승 ‘3연패’, 울산 통한의 2위

전북현대가 역대급 우승 경쟁이 펼쳐진 시즌으로 회자될 2019년 K리그1의 최종 우승팀으로 우뚝 섰다. 37라운드까지 승점 3점 차로 울산에 밀린 2위였던 전북은 마지막 38라운드에서 희망의 불씨를 기어이 살려내면서 K리그 3연패에 성공했다.

전북은 12월1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최종 38라운드 강원FC와의 홈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전반 39분 프리킥 상황에서 터진 손준호의 헤딩 선제골이 결승골이 되면서 마지막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추가했다.

22승13무3패 승점 79점이 된 전북은 이날 포항에게 1-4로 크게 패한 울산과 승점 동률을 이뤘고 승점이 같을 시 다음 우선항목인 다득점에서(전북 72골, 울산 71골) 1골 차 우위를 점하면서 짜릿한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이로써 전북은 클럽 통산 7번째 별을 가슴에 품었다. 그 7번 우승이 최근 11시즌에 나왔다. 지금 K리그는 전북 천하다.

◇ 2002 월드컵 영웅 유상철 감독, 췌장암 투병 중 인천 잔류 견인

2019시즌 K리그1은 전북과 울산의 우승 경쟁 이상으로 강등권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팬들 사이 ‘경제인’이라는 표현이 나돌 정도로 경남FC와 제주유나이티드 그리고 인천유나이티드가 시즌 내내 순위표 아래에서 처절한 생존 경쟁을 펼쳤다.

이 잔인한 싸움에서 살아남은 팀은 인천이다. 제주는 꼴찌 수모를 당하면서 강등의 철퇴를 맞았고 11위 경남은 승강 PO에서 부산아이파크에 밀려 2부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인천은 ‘잔류왕’이라는 수식어답게 놀라운 뒷심을 발휘, 10위로 시즌을 마쳤다. 그들의 잔류 스토리 속에 유상철 감독의 투병 투혼이 있어 팬들을 찡하게 만들었다.

유 감독은 시즌 막바지 췌장암을 앓고 있는 사실을 공개했고, 항암 치료를 받는 중에도 지휘봉을 내려놓지 않은 채 팀을 이끌었다. 그리고 인천은 지난 11월30일 경남FC와의 원정경기에서 잔류를 확정했다. 당시 선수들과 함께 환호하던 인천 팬들은 ‘남은 약속 하나도 꼭 지켜줘’라는 걸개로 유상철 감독의 쾌유를 빌어 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 벤투호, 일본 꺾고 동아시안컵 ‘3연패’…여자대표팀은 준우승

12월10일 여자부 경기로 시작해 18일 남자 한일전으로 막을 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남녀 대표팀 모두 흡족한 성과를 거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남자대표팀은 일본과의 최종 3차전에서 1-0으로 승리, 3전 전승으로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로써 한국은 대회 3연패와 함께 동아시안컵 사상 첫 개최국 우승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당시 경기는 79번째 한일전이었는데 한국은 42승23무14패로 상대전적 우위를 계속 이어가게 됐다.

여자대표팀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최종전에서 일본을 꺾었다면 14년 만의 우승도 가능했으나 경기 막판 통한의 PK 실점으로 석패했다. 그러나 강호 중국과 0-0으로 비기고 일본과도 대등하게 겨루는 등 경기력은 좋았다. 이번 대회는 여자축구대표팀 사상 첫 외국인 감독인 콜린 벨 감독의 데뷔무대였는데,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내용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