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짜장면 나눔’ 부부…”한그릇이 열그릇돼 돌아와”

50년 된 성북구 ‘옛날중국집’의 김명숙·오춘근 부부

성북동 '옛날 중국집'
성북동 ‘옛날 중국집’ [촬영 이승연]

 

“한 그릇을 나누면 열 그릇으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매월 셋째 주 월요일이면 서울 성북구 성북동 주민센터 앞 골목은 동네잔치가 열린 것처럼 골목이 북적인다.

이 골목에 있는 유명한 맛집이기도 한 ‘옛날중국집’에서 짜장면 나눔을 하는 날이어서다.

1973년 개업해 서울 성북구의 한 골목에서 50년째 영업 중인 이 중국요리집 사장 김명숙(75)씨는 2012년부터 주변 저소득층·홀몸노인을 위해 짜장면 나눔을 이어오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쿠폰으로 대신하기도 했지만 석 달 전부터 다시 식당에서 직접 짜장면을 나눌 수 있게 됐다.

김명숙·오춘근 부부
김명숙·오춘근 부부 [촬영 이승연]

“우리도 처음엔 힘들게 살았어요. 동네 주민들 덕에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었지요.”

김씨 부부는 처음엔 짜장면, 떡볶이, 냉면, 튀김 등을 파는 분식집으로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김씨 부부의 짜장면 나눔은 어려웠을 때 받은 이웃들의 도움을 갚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씨는 “어려웠을 때 동네 사람들이 먹을 것도 가져다주고 우리 애들 분유도 먹여주고 사실상 같이 키웠다”며 “받았으니까 베풀면서 살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 오춘근(78)씨는 “부녀회장님 등 주민들도 와서 도와주신다”며 “마음 같아선 한 달에 두세 번씩은 짜장면을 나누고 싶은데 우리도 몸이 힘들어서 그렇게 못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 부부의 짜장면 인심은 나눔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11년 전보다 오래된 듯했다.

김씨의 딸 오선희(51)씨는 “어렸을 때 근처 여고에 다니는 언니들이 (돈 낸 것보다) 더 먹은 것 같다고 말했다가 엄마한테 가만히 있으라고 한 소리 들은 적도 있다”며 웃었다.

김씨는 “근처에 여자상업고등학교가 있었는데 등록금이 없는 학생한테 조금 보태준 적도 있다”며 “배고픈 학생들이 많이 시켜 먹고 가더라도 돈을 주는 만큼만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의 짜장면 나눔은 다른 가게로까지 ‘번지고 있다’고 한다.

밥집에서는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식권을 나눠 주고, 저소득층의 무료로 머리를 손질해주는 미용실도 등장했다.

김씨 부부에게 새해 소원을 물었다.

“찾아오는 분들이 맛있게 드시는 걸 보면 우리도 행복해요. 올해 소원은 더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짜장면을 드리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