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년 명문’ 덕수상고는 왜 이름을 버렸나

2024년부터 경기상고로 통합…서울 특성화고 첫사례

학생 급감, 특성화고 외면 이유…추후 구조조정 예고

1910년 개교한 전통의 ‘덕수상고'(현 덕수고 특성화계열)가 폐지돼 오는 2024년부터 경기상고로 통합된다. 서울에서 특성화고 통폐합이 추진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학생 수 급감과 특성화고 인기 하락 추세를 감안하면 이 같은 특성화고 구조조정은 잇따를 전망이다.

8일 교육계와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덕수고 특성화계열-경기상고 통폐합안’을 확정하고 이르면 다음 달부터 통폐합을 위한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 심사 등 관련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덕수고 이전·재배치 계획’에 따른 것이다.

이번 통폐합은 덕수고 특성화계열을 폐지한 뒤 경기상고로 통합하는 게 골자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2024년부터 ‘통폐합 경기상고’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덕수고 특성화계열은 2023년까지만 현 성동구 교사에서 운영된다.

1910년 공립수하동실업보습학교로 문을 연 덕수고는 올해 개교 109주년을 맞은 전통의 학교로 덕수상고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조재연 대법관, 금융권 내 숱한 고졸 출신 임원을 비롯해 이용규·민병헌 등 국가대표 야구선수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지난 2007년부터 일반계열과 특성화계열을 함께 운영하는 ‘종합고’로 개편되면서 간판도 덕수고로 바꿔 달았다.

덕수고 특성화계열이 폐지 대상이 된 건 심각한 모집난 때문이다. 덕수고 특성화계열 학생 수 현황을 보면 현재 3학년 수는 196명이지만 2학년은 106명으로 1년 새 90명 넘게 줄었다. 1학년은 129명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2학년보다 2개 학과가 더 많은 것을 감안하면 늘었다고 보기 어렵다.

‘한지붕 두 학교’ 운영의 어려움도 있다. 서울 유일의 종합고인 덕수고는 교육 목표가 다른 두 계열이 있다 보니 그동안 학교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덕수고 특성화계열이 경기상고로 통폐합되는 건 구조적·지리적 문제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덕수고 특성화계열의 통폐합 대상은 설립주체와 계열의 특수성에 따라 ‘공립 상업계고’로 한정된다.

인근 공립 상고는 경기상고와 성동글로벌경영고(중구 소재) 2곳이다. 덕수고 특성화계열과 경기상고는 남녀공학이다. 성동글로벌경영고가 ‘여고’인 점을 감안하면 통폐합 시 추가 예산(화장실 리모델링 등)이 필요해 그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또 경기상고도 현재 학생 모집난을 겪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원래 한 학년당 10학급을 운영해야 하는데 현재 5학급 정도만 운영되는 상태다. 덕수고 특성화계열 학생들이 경기상고로 흡수되면 미달 상태를 어느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서울시교육청은 기대하고 있다.

‘덕수’ 브랜드가 역사속으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덕수고 일반계열은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로 이전해 오는 2021년부터 ‘일반고’로 운영된다. 덕수고는 올해부터 일반계열 신입생을 받지 않으며 이전 준비를 시작했다.

앞으로도 서울 내 특성화고 구조조정 가능성은 크다.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지원자 수 감소와 특성화고 인기 하락 여파가 서울에서도 이미 가시화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교육통계서비스 등에 따르면, 서울 중학교 3학년 수는 2015년 9만9858명에서 올해 7만3000명대(추정치)로 2만명 이상 줄었다. 심각한 저출산을 감안하면 학령인구 증가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다. 학생 수가 줄면 덩달아 특성화고 지원자 수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또 올해 서울 소재 특성화고 70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38곳에서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2015년만해도 미달 특성화고는 2곳에 불과했다. 서울 특성화고 측은 미달 사태 장기화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에 학급당 학생 수를 현재 ‘최소 24명’에서 최소 20명’으로 줄여달라는 요청까지 한 상태다. 향후 특성화고 통폐합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다.

 

선수들이 지난해 12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덕수고 특성화계열 통폐합 추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여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