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명 수용 병원선, 환자 20명뿐…왜?

뉴욕 도착 컴포트호, 까다로운 승선 조건에 비효율 운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고 있는 미국 뉴욕의 의료 과부하를 덜기 위해 미 해군 병원선이 파견됐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고 2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지난 주말 버지니아 항구에서 출발한 미 해군 병원선 USNS ‘컴포트’함은 지난달 30일 뉴욕 항에 도착했다. 컴포트함은 코로나19 확진자가 5만명이 넘게 나온 뉴욕에서 부족한 병상을 지원하기 위해 파견됐다.

하지만 현재 1000명 수용 가능한 이 선박에 오른 환자는 고작 20명뿐이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병원선에 오른 환자는 3명이었지만 보도가 난 후 엘리자베스 베이커 해군 대변인은 NYT에 20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환자들을 꽉 채워도 부족할 판에 해군이 환자 수용에 소극적인 이유는 엄격한 규정 때문이다. 해군은 컴포트함에 코로나19를 포함한 49개 질환 환자들은 승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컴포트함을 지휘하는 패트릭 아머스바흐 함장은 기자회견에서 “바이러스에 음성 판정을 받은 환자들만 받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컴포트함에 바이러스가 들어올 경우 함정 전체에 급속히 확산돼 함정이 제 기능을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NYT는 컴포트함에서 복무한 경력이 있는 군의관을 인용, 이 병원선이 전쟁 중 다친 군인 치료에 특화돼 있어 나이 든 민간인 환자 치료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환자들은 지역 병원에서 1차적으로 바이러스 검사를 포함해 해당 질환이 없는지를 평가받은 뒤에야 컴포트함에 승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환자가 포화 상태인 각 병원에 환자를 분류하는 작업까지 떠넘긴 셈이라 승선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지역 병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뉴욕 최대 규모 병원인 노스웰헬스의 마이클 다울링 원장은 “여기는 위기 상황이고 전쟁터다”며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와 감염되지 않는 환자를 분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다울링 원장은 “컴포트함이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거부한다면 보낼 수 있는 환자가 거의 없다”며 “정말 말도 안 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지 않는다면 왜 온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에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해 국방부가 운영하는 뉴욕 맨해튼 자비츠 컨벤션센터를 대안병원으로 활용, 코로나19 환자들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컴포트호/US NAV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