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로 북한 전역 파괴”…언론이 전한 SSBN 위력

잠수함 하나에 핵탄두 최대 80개 탑재…”동맹국 안심시킬 배치”

“7400㎞ 밖 발사 가능, 근접노출은 군사가치만 떨어뜨려” 지적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군이 한반도에 전개하겠다고 밝힌 전략핵잠수함(SSBN)의 위력과 그 의미에 외신도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SSBN은 핵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을 언제 어디서든 발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핵위협을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 가운데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7일 CNN 방송은 전날 양국 정상이 채택한 ‘워싱턴 선언’과 관련, “북한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한 획기적인 합의 발표에서 유독 한 요소가 두드러졌다”며 SSBN의 제원부터 전개 결정의 함의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분석해 보도했다.

향후 한반도를 방문할 예정인 오하이오급 SSBN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중요 전략자산 중 하나다.

미군이 보유 중인 총 14척 중 8척은 워싱턴주에, 6척은 조지아주에 각각 기지를 두고 있다.

일명 ‘부머'(boomer)라고도 불리는 이 잠수함은 전장이 약 170m이며, 배수량은 1만8750t에 달한다.

내부에 설치된 원자로를 통해 동력을 공급받는 핵추진 잠수함으로서 평균 77일간 항해할 수 있다. 이후에는 항구에서 약 35일간 유지·보수를 받아야만 한다.

◇ 핵탄두 80개 탑재 가능…”잠수함 하나가 북 전역 파괴 가능”

승조원은 ‘블루’ 및 ‘골드’ 2개조 각각 155명, 도합 310명으로 편성된다. 1개조가 선체에 탑승해 순찰 등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다른 한 조는 육상에서 휴식과 훈련을 받다가 적절한 시기에 1대1로 교대해 근무하는 방식이다.

오하이오급 SSBN에 탑재 가능한 무기 중에 대표적인 것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트라이던트-Ⅱ D5’다.

잠수함 한 대당 이 미사일 최대 20대를 실을 수 있고, 각 미사일 탄두부에는 Mk4A 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체가 있다. 미사일 한 대로 별도의 여러 목표물을 한 번에 타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CNN은 특히 이 미사일의 최대 사정거리가 약 7천400㎞(탑재중량을 줄이면 1만2천㎞ 이상)에 이른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는 북한에서부터 태평양, 인도양, 북극해에 이르는 광대한 범위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CNN은 또 트라이던트-Ⅱ D5 1기당 4개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SSBN 1대에 총 80개의 핵탄두를 실을 수 있다는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CNS)의 추정치를 전하며 “트라이던트로 무장한 잠수함 하나가 북한 전역을 파괴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2월 26일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서 미 핵추진 공격잠수함 스프링필드(SSN 761·6천t급)이 정박한 모습
2월 26일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서 미 핵추진 공격잠수함 스프링필드(SSN 761·6천t급)이 정박한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한국행은 ‘핵보복 상징성’…실전이라면 위력 오히려 떨어뜨려”

다만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인도·태평양 지역 방위정책 전문가인 블레이크 허징어는 “군사적으로는 이 잠수함들이 잠재적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한국 근처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사정거리가 긴 만큼 목표물 가까이 접근해있는 것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해도 실질적으로는 별다른 이득이 없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한 지역을 겨냥한다고 가정하더라도, SSBN의 사정거리 7천400㎞를 고려하면 소말리아 혹은 호주 앞바다, 캐나다 서해안 연안 등 멀리에서 눈에 띄지 않은 채 SLBM을 쏘아 올리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 태평양사령부 합동정보센터 작전처장을 지낸 칼 슈스터 전 해군 대령은 “미국과 한국이 전략적으로 잠수함의 가장 강력한 자산인 ‘비밀’을 줄이고 있는 것”이라며 “핵 억지력은 적국이 핵무기와 존재와 규모를 알더라도 타격 능력의 정확한 범위나 위치, 사용 시점 등을 모를 때에만 발휘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 선언을 통한 SSBN 전개 계획 공개가 오히려 핵 억지력의 핵심 요소인 불확실성과 해당 잠수함의 군사적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슈스터는 SSBN이 한국 항구를 방문하기 위해 24∼48시간 전부터 준비 작업을 하게 된다면 북한 눈에 쉽게 띌 수밖에 없다며 “김정은이 기습공격을 의도할 경우 우리는 그에게 잠수함이 어디에 언제 도착할지를 알려주게 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다만 CNN은 최근 북한의 거듭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도발로 한국 일각에서 자체 핵무장 여론이 비등한 만큼, 미국으로써는 동맹국 한국을 안심시키려는 차원에서 B-52 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한국 주변에 전개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잠수함 전개가 미국에 대한 신뢰를 높여준다면서도 “무기의 종류는 다르더라도, 북한에 핵 보복의 메시지를 보내는 전략자산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