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내년에 떨어질까…”OPEC+와 셰일에 달렸다”

로이터 “OPEC 증산목표 미달 vs. 미국 셰일 생산 가속화”

내년 휘발유 가격의 하락 여부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에서 벗어나는 와중에 원유 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미국에 달렸다고 로이터 통신이 17일 분석했다.

올해 글로벌 석유업계는 치솟는 수요에 따라 생산을 즉각적으로 늘리지 못했고, 이로 인해 전세계에서 에너지 비용이 치솟으며 인플레이션 압박을 키웠다. 경제가 서서히 회복하고 백신 접종에 힘입어 이동이 늘면서 세계 원유수요는 거의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원유 공급은 수요를 맞출 만큼 빠르게 회복하지 못했고 산업계는 남은 원유재고에 의지하고 있다. 국제유가 기준인 북해 브렌트유는 배럴당 86달러까지 올랐고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100달러도 넘겨 경제 회복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공급이 늘면 유가랠리가 한풀 꺾일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내년 1분기 일평균 1억배럴이 시장에 풀리며 공급이 수요를 일평균 110만배럴 초과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내년 2분기 초과공급이 일평균 220만배럴까지 늘어날 것으로 IEA는 내다봤다.

이러한 전망은 사우디 아라비아, 러시아 등이 포함된 전통적 산유국 모임 OPEC+가 현행처럼 매달 일평균 40만배럴 생산을 늘린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16일 나온 IEA 월간보고서에 따르면 OPEC+의 실제 생산은 증산목표에 한참 못 미친다. 9월과 10월 두달 합산 생산은 목표보다 일평균 70만배럴 모자랐다.

결국 그동안 팬데믹으로 원유생산 설비에 대한 투자와 관리 부족 문제로 내년 생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생산 부족이 이어지면 1분기 초과공급 분이 대부분 소진되며 수급불안이 지속될 수 있다고 IEA는 경고했다. 원자재 거래업체 트리피구라 역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으로 원유생산에 대한 투자가 줄며 유가에 상승압박이 강하다며 원유 수급이 “매우 매우 빡빡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원유소비국들은 OPEC+의 추가 증산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OPEC+는 팬데믹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겨울철의 북반구에서 수요가 다시 위축될 위험이 있다며 추가 증산을 거부했다.

이에 미국의 셰일유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생산여력을 거의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는 부문은 미국 셰일이라고 머쿠리아 에너지트레이딩의 마르코 두난도 최고경영자(CEO)는 말했다. EIA는 미국의 생산이 내년 하반기 일평균 125만배럴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셰일 업계는 이전 유가 상승기에 그렇게 빠르게 반응하지 못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지난 유가 상승기에 막대한 부채로 생산력을 늘렸던 셰일 업체들은 유가 하락기 동안 대부분 파산하거나 자산을 처분해야만 했다. 결국 살아 남은 셰일업체들은 채무를 줄이고 생산설비 투자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적응했기 때문에 갑자기 증산하기 힘들다. 유가가 배럴당 83달러선이지만 미국 셰일의 원유시추공 수가 급격하게 늘지 않았다고 골드만삭스의 제프리 쿠리 원자재 리서치 본부장은 지적했다.

OPEC+에 속하지 않은 남미 산유국과 캐나다가 생산을 늘려 유가 하락에 일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선진국들의 원유재고가 6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상황에서 수급이 빠르게 균형을 찾기는 힘들 것이라고 에너지컨설팅업체 FGE는 경고했다. FGE는 “유가가 지난달 고점에서 떨어질 수 있지만, 원유 재고가 지금처럼 낮은 수준이 이어진다면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유가가 급등할 위험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