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급 파장’ 한국 첫 신약의 몰락

업체 대표들 “단기적인 타격은 불가피하다” 전망
허위자료 여부 예의주시…”성장통 삼아” 의견도

바이오업계는 28일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가 한국 바이오산업 신뢰도 하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제대로 된 연골유래 세포를 만들지 못했으면서 허위로 서류를 꾸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인보사 개발과정에서 과학적 검증을 외면한 부도덕한 행위는 줄기세포의 생성 과정 자체를 속여 큰 파장을 몰고온 ‘황우석 사태’를 연상시킨다.

다만 바이오 신약 개발을 위해 노력 중인 국내 많은 연구진과 기업들의 노력을 폄하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보사 사태의 여파가 단기적인 현상에 머물도록 바이오 분야에 대한 지원을 계속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신약개발업체 대표이사는 “지난해부터 크고 작은 악재로 국내 바이오업체들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대기업이 개발한 혁신신약이 데이터 신뢰 문제로 품목허가가 취소된 것은 이례적이며 국내 산업에 미칠 파장이 결코 작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어 “가장 큰 걱정은 해외 비즈니스 과정에서 한국 업체들의 데이터를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며 “그동안 상승세를 이어온 바이오산업이 당분간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석연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 국장이 28일 충북 청주시 식품의약품안전처 브리핑실에서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케이주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바이오 업계는 금융당국이 연구개발(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회계처리하는 것에 제동을 걸면서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이로 인해 적자기업으로 전환하는 바이오업체들이 줄줄이 생겨났다.

논란 끝에 금융당국은 ‘신약은 임상3상부터, 바이오시밀러는 임상1상부터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인정한다’는 새로운 회계기준을 발표하면서 업계에 숨통이 트였지만, 인보사 사태가 발생하면서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국내 헬스케어업체 한 대표이사는 “국내 바이오산업은 2012~2013년에 붐이 일었고 양적인 성장에 집중했다”며 “단기적인 타격은 피하기 어렵겠지만, 대통령이 나서 바이오헬스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천명했고, 국내 기업들의 실력도 향상돼 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장기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인보사 사태가 유전자치료제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는 항체 및 단백질 의약품 분야에는 영향이 적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분야별로 미칠 파장이 다르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한 배경에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심사 과정에서 허위자료를 제출했다는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항체의약품 개발업체 한 대표는 “인보사 사태를 바이오 전 분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기존 항체 및 단백질의약품 시장은 견고한 검증 시스템이 오래전부터 자리 잡았고 실제 별다른 영향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다만 인보사 사태가 도덕적인 문제인지는 검찰 수사 이후로 판단을 미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바이오업계 대표들은 그동안 한국 바이오산업이 체질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온 만큼 인보사 사태를 성장통으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업체 한 대표이사는 “바이오 선진국들은 호황기를 누린 1980~1990년대 인보사와 유사한 사태를 여러 차례 겪었다”며 “이를 성장통으로 삼되, 그 결과가 과도한 규제로 이어진다면 막 성장기에 접어든 산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우려했다.

그는 “바이오업계에 미칠 파장을 줄이려면 수사를 통해 명백한 진실을 가려내야 한다”며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감정적으로만 보기보다는 신약 허가취소가 환자들에게 미칠 파장을 살펴봐야 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이 지적을 소상히 해명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