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210원 돌파…”1200원대 중반 갈수도”

외환시장 ‘출렁’…위안화는 11년 만에 달러당 7위안 돌파

미중 무역분쟁이 다시 격화된 데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 국가·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하는 악재가 맞물리며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210원대로 직행했다. 전문가들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당분간 1200원대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1200원대 중반까지 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크게 낮춰 공시해 환율 전쟁의 서막을 알렸고,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여파가 계속되며 원화 약세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분석이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거래일대비 5.6원 오른 1203.6원으로 출발했다. 이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시작부터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진 1200원을 돌파한 것이다. 이는 1206.5원에 거래를 시작했던 2017년 1월4일 이후 약 2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중국 인민은행이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0.33% 떨어뜨린 달러당 6.9225위안으로 고시한 영향으로 1210원선을 넘어섰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7위안을 넘어서자 오전 10시40분쯤 전거래일대비 20.3원 오른 1218.30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약 3년5개월 전인 2016년 3월3일 1227.00원 이후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중국당국이 위안화를 달러당 6위안으로 관리했던 기존 관례를 버리고 포치에 가까운 기준환율을 고시하며 환율전쟁의 ‘서막’이 열린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날 위안화가 급락한 것은 미국이 다음 달부터 중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관세 부과를 예고한 것에 대응해 중국당국이 위안화 안정 노력을 줄였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위안화 가치 급락은 미국의 높은 관세를 상쇄할 수 있어 중국 수출 기업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중이던 2008년 5월 이후 처음이다.

허정인 NH선물 연구원은 “위안화 환율이 포치에 가깝게 고시되며 미국과 중국이 환율 전쟁을 본격화했다는 전망이 나오며 우리 환율에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한국은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아 격화된 미중 무역분쟁이 원화 약세를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도 원화 약세 기조에 한몫하고 있다. 일본이 지난 2일 일본산 전략물자 수출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하기로 결정하자, 한국 역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빼기로 했다. 이러한 탓에 대외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태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당국의 구두개입으로도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20분쯤 외환당국은 환율에 대해 “이유 없는 비정상적 급등으로, 시장원리에 의한 상승은 아니다”라고 구두개입성 발언했다. 이후 원/달러 환율이 한때 주춤하기도 했으나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오후 2시50분 현재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216.00원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허 연구원은 “당국이 구두개입을 해도 환율이 진정이 되지 않고 있고 역내외에서 추격 매수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환율만 급등하면 문제가 없는데 증시에서 외국인이 주식을 많이 팔고 있어 당분간 환율 상승을 막을 재료가 없다”고 전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도 “사실 지난 금요일 당국이 막판 미세조정을 했는데 상승 마감해 결국 1200원선이 뚫렸다”며 “시장에서는 1200원선을 넘었으니 어디까지 갈지 확인하고 싶어 할 것이고, 당국이 미세조정을 통해 누를 가능성이 커 앞으로 1200원 초중반 레벨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위안화는 11년 만에 달러당 7위안을 돌파했다.

5일 역내·역외 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이 모두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7위안 선을 넘어섰다.

이른바 ‘포치(破七, 7위안선이 깨졌다는 의미)’다.

이날 위안화가 급락한 것은 미국이 다음 달부터 중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중국 당국이 위안화 안정 노력을 줄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위안 기준 환율을 전장보다 0.33% 오른(환율 상승은 가치 하락) 6.9225위안으로 고시했다. 기준환율이 6.9위안선을 넘긴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기준환율 상하 2% 범위에서 움직이는 역내 위안화 환율은 이날 오전 11시 33분 현재 전거래일보다 1.3%가량 오른 달러당 7.0300위안을 기록 중이다. 역내 위안화 환율이 7위안 선을 돌파한 것은 세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5월 이후 처음이다.

홍콩에서 거래되는 역외 위안화 환율도 이날 7위안 위로 뛰었다. 이날 오전 10시 장이 열리자마자 급등하기 시작한 역외 위안화 환율은 오전 11시 36분 현재 1.62% 상승한 7.0884위안에 거래되고 있다.

역외위안화 시장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중국 당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홍콩에서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면서 생겨났다. 역외 위안화 환율이 7위안 선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안화 가치 급락은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말미암은 경기 침체 우려 탓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다음 달 1일부터 약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은 중국산 모든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게 됐다.

중국도 ‘보복’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돼 중국의 경기가 더욱 둔화할 것이란 우려가 대두됐다.

위안화 가치 급락은 미국의 고율 관세를 상쇄시킬 수 있어 중국 수출 기업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 위안화가 약세면 수출에는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대규모 자본 유출과 증시 급락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 금융당국은 그동안 ‘1달러=7위안’선을 사수해 왔다.

특히 위안화의 급락은 미중 무역협상의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미국이 그동안 중국이 환율을 의도적으로 조작, 위안화 약세를 유도함으로써 수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 왔다며 위안화 약세를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다./뉴스1

5일 오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장 초반 1% 넘게 하락하며 1970선까지 하락, 코스닥 지수는 2년 6개월여만에 600선 밑으로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진 1200원을 돌파하며 2년7개월 만에 최고치로 장을 열었다. 격화된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여파가 계속된 영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