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레이니 전대사와 박종천 목사.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미대사, 세계감리교 평화상 수상

한인 커뮤니티 대거 참석…한국 사랑과 헌신에 감사전해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미국인’, 또는 ‘한반도 위기를 해결한 평화 전도사’ 등으로 불리는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21일 뜻깊은 상을 받았다.

레이니 전 대사는 이날 오후 7시 애틀랜타 연합감리교 세계 선교부 그레이스 채플에서 2019년 세계감리교평화상(World Methodist Peace Award 2019)을 수상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한인들이 대거 참석해 300석이 넘는 그레이스채플을 가득 채웠고, 시상식과 리셉션에서 레이니 대사에게 감사와 축하를 전했다.

세계감리교협의회(WMC, 회장 박종천 목사)가 수여하는 이 상은 용기와 창조성, 지속성을 바탕으로 ‘세계평화와 화해 그리고 정의에 기여’ 한 개인이나 단체에 주는 상으로 지난 1976년 제정됐다. 이전 수상자로는 남아공 첫 흑인 대통령으로 인종분리정책에 맞서 싸운 넬슨 만델라, 아르헨티나 독재 정권 속에서 실종 어린이를 찾기 위해 분투했던 인권단체 플라자 데 마요(Plaza de Mayo),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등이 있다.

올해 수상자인 레이니 전 대사의 수상 사유는 “지난 1947년 19세때 미군으로 한국을 첫 방문한 이후 70여년간 한국의 평화와 한국인에 대한 인도적 헌신을 이어온 공적”이다. 해방 직후 혼란했던 한국에서의 경험 때문에 예일대 경제학도가 신학생으로 변신했고 1959년에 한국 선교사로 파송돼 연세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의 많은 제자들이 현재 한국 교회는물론 사회 전반의 리더로 성장해있다.

이날 행사에는 애틀랜타한인교회(담임 김세환 목사) 노아남성중창단이 찬송을 맡았고 김영준 애틀랜타총영사는 한국 정부를 대신해 추천사를 전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손자며느리인 최자현 리제너레이션 공동대표가 성경 구절 마태복음 5장9절 및 이사야서 2장 1~5절을 봉독했다. 또한 한국문화원은 리셉션에서 사물놀이 공연을 펼쳤다.

세계감리교협의회 회장 박종천 목사는 축사를 통해 “에모리대 신학교 시절 레이니 교수의 지도로 목회학 석박사 과정을 밟은 제가 오늘 세계감리교협의회 회장이 돼 평화상을 수여할 것이라고 상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레이니 박사는 평화와 화해의 사역에 관한 가장 좋은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1994년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한반도의 긴장과 전쟁 위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레이니 대사는 지칠 줄 모르는 노력으로 클린턴 대통령을 설득해 카터 전 대통령을 특사로 파견, 위기를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레이니 전 대사는 수상 소감을 통해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악마처럼 생각하고 불신한다면 대화를 통한 평화의 달성은 불가능하다”면서 “그들(북한)과 대면해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면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되는데 한반도의 평화는 남과 북,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이어질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위안부 피해자 문제까지 언급한 뒤 “우리 모두가 마태복음 5장9절에 나오는 화평케 하는 사람(peacemaker)이 되어 세계 평화와 정의를 위한 도구 역할을 하자”고 당부했다.

 

박선근 한미우호협회장과 제임스 레이니 전 대사.
김영준 총영사와 최자현, 김종대 리제너레이션 공동대표(앞줄 왼쪽부터)
노아남성중창단.
수상식에 참석한 한인 인사들.

평화상 수상 장면
박경자 나라사랑어머니회 고문이 레이니 전 대사에게 직접 그린 그림을 선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