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2분기가 진짜 고비

내수 선방 속 해외 수요 절벽…부진 심화

생존 위한 재고조절 및 유동성 확보 주력

현대·기아자동차의 2분기 실적 부진이 심화될 전망이다. 3월 이후 미국과 유럽·인도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면서다. 해외시장의 딜러 영업 및 공장 가동 중단 장기화로 판매 급감이 우려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올 2분기 현대·기아차의 해외 시장 생산·판매 중단이 지속되면서 수익성 하락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도 현대·기아차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잇따라 기존 대비 50% 안팎으로 낮추고 있다.

내수는 선전하고 있으나 해외 시장은 수요 절벽에 직면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수익성 방어를 위해 현대·기아차는 국내 공장의 생산량 조절에 나섰다. 공장 가동 계획을 주 단위로 수정하며 유연한 생산체계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현대차의 경우 V자 실적 반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유례없는 불확실성에 빠졌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3일 1분기 경영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빠른 V자 실적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영향이 반영되기 시작한 1분기를 지나 2분기에 수익성 하락세가 본격화할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판매 감소는 4월이 가장 극심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5월 이후에도 V자 반등을 기대하기보다는 점진적인 개선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2분기 연결 기준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코로나19 영향은 2분기 글로벌 생산·판매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불과 한 달여 만에 글로벌 수요 급감이 현실화했는데, 2분기엔 부진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올 1분기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는 9년 만에 100만대 선이 붕괴됐다. 기아차 해외 판매도 2.6% 감소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2월말에서 3월초 본격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타격이 상당하다. 이 기간 현대차, 기아차의 순이익은 각각 42%, 59% 감소했다.

2분기 내수 시장은 신차 효과 등으로 다른 지역보다 양호하겠으나 해외 시장이 걸림돌이다. 중국,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인도 등 주요 시장이 코로나19 확산의 본격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3월 회복세를 보인 중국 역시 소비 감소와 수출부진 장기화로 예년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 유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국 판매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도 위기 요인이다.

현대·기아차는 유동성 확보를 경영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자동차 부문에서 11조원 수준의 현금자산 보유 중이다. 4월 이후 글로벌 수요 급감을 고려하더라도 연말까지는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다. 기아차도 올해 3조원 이상의 외부 조달과 최근 회사채 발행 등으로 10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양재동 현대차 사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