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물기행] ‘극강의 감칠맛’ 기장 미역

동해안 센 조류에 잎이 좁고 두텁게 성장…임금님도 반해

곳곳 미역국 식당…가자미부터 쇠고기까지 재료도 다양

각종 영양소는 물론 피 맑게 하는 데 탁월한 여름 보양식

기장 미역으로 만든 가자미 미역국

기장 미역으로 만든 가자미 미역국 [촬영 박성제]

건강을 잃기 쉬운 여름철, 바다 내음 가득한 부산에 오면 꼭 맛봐야 하는 음식이 있다.

일반 가정집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어 다소 평범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부산 기장군에서 나는 이것은 품질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바로 기장 미역이다.

실제 기장 토박이들은 색깔이 검은색에 가까울수록 좋은 미역으로 취급하는데, 기장 미역이 어두운 암갈색을 띈다.

기장 미역
기장 미역[기장군 제공]

미역의 질이 가장 좋고 많이 잡히는 3∼4월 기장군 바닷가에 가면 곳곳에서 주민들이 미역을 건조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해풍과 태양에 미역을 건조하면 감칠맛은 물론 수분, 단백질, 탄수화물 등 각종 영양소가 그대로 남아 우리 몸에 더욱 건강한 미역이 된다.

이때 채집해 건조한 미역은 한동안 보관했다가 여유를 두고 조금씩 꺼내 먹는다.

기장 미역으로 만든 가자미 미역죽
기장 미역으로 만든 가자미 미역죽 [촬영 박성제]

또 기장 미역이 쫄깃하고 특유의 향을 내뿜는 것은 적절한 수온, 조류 등 최적의 조건이 갖춰진 어장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지점인 기장 앞바다는 영양염류가 풍부할 뿐 아니라 수심이 깊고 물살이 세 미역이 잘 자라는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동해안의 경우 조류가 세기 때문에 미역 잎이 좁고 두텁게 성장, 쫄깃한 식감을 낸다.

정세환 해조류육종융합연구센터 연구사는 “남방산 미역은 부드럽고 잘 풀어지는 특성이 있는데 이와 달리 기장 미역이 속하는 북방산 미역은 쫄깃한 편”이라고 말했다.

기장 미역
기장 미역 [기장군 제공]

실제 부산 기장군에 즐비한 미역 요리 식당 중 한 곳에 들어가 미역국을 주문했다.

가자미, 전복, 조개 등 다양한 해산물이 포함된 미역국부터 흔히 볼 수 있는 소고기 미역국까지.

바다와 땅에서 난 신선한 재료들이 기장 미역과 조화를 이뤄 어떤 음식을 택해야 할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결국 가장 인기가 많다는 가자미 미역국과 소고기 미역국, 미역죽을 주문했다.

국물을 입 안에 넣는 순간 가자미의 시원함, 소고기의 감칠맛이 입안에 퍼졌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집어 기장 미역을 먹으니 다른 미역과 비교해 다소 단단한 식감, ‘씹는 맛’이 느껴졌다.

평소 숙취 해소를 위해 기장 미역국을 찾는다는 30대 A씨는 “기장 미역으로 만든 국은 특유의 깊은 국물 맛과 쫀쫀한 식감 때문에 일상적으로도 자주 먹는다”며 “그래도 술을 마신 다음 날 먹는 미역국이 최고”라고 말했다.

기장 미역으로 만든 소고기 미역국
기장 미역으로 만든 소고기 미역국 [촬영 박성제]

함께 나온 미역죽은 국보다 걸쭉한 편이었고 그만큼 국물맛이 더 진하게 느껴졌다.

부드럽게 부서진 밥알에 김치 한쪽을 올려 먹으니 미역 특유의 감칠맛과 매콤함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자 기장 미역을 따로 판매하거나 전국에서 택배 주문을 받는다는 안내가 보였다.

피를 맑게 하고 모유 분비와 부기를 빼는 데 탁월하다는 미역은 여성들 사이에서도 인기이기도 하다.

이 덕에 기장 미역은 2009년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지리적표시품으로 등록됐고, 2010년 특허청으로부터 지리적표시 단체표장이 등록된 상태다.

또 우리나라에서 양식하는 미역은 전부 같은 종자를 사용하는데, 기장군의 경우 기장형 미역 종자를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장군 관계자는 “기장 미역은 예전부터 유명세를 이어왔다”며 “부산시 역시 기장 미역에 대해 별도 브랜드를 부여해 고급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