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총수 지정 지연에 구설수

한진칼 지분 상속 등 내부 정리 안된 듯

3남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낮아…조원태 사장 유력

조원태 한진그룹 신임회장(대한항공 제공)

한진그룹의 총수 지정이 지연되면서 각종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는 당초 9일로 예정했던 2019년도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 지정을 15일로 연기했다.

한진그룹이 “조양호 회장 작고 후 차기 동일인(총수)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못 하고 있다”고 소명해서다.

한진이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하며 일각에서는 조원태·현아·현민 3남매가 총수 자리를 놓고 갈등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및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은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엇비슷한 수준의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이 경영에 나서길 원하면서 내부 갈등이 빚어졌다는 추측이다. 한진그룹은 지주사인 한진칼이 계열사를 거느리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다만 사회적 물의를 빚은 뒤 모든 자리에서 물러난 조현아·현민 자매가 경영전면에 나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승계 경쟁이 벌어졌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경제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지난달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에 오른 상황에서 이들 자매 중 하나가 총수를 원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그룹 전체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

지난해 칼호텔로 경영복귀를 시도했던 조현아 전 부사장은 동생인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의 물벼락 갑질 사태로 모든 자리에서 물러났다. 불법 가사도우미 고용 혐의 등 수사도 진행 중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들이 한진그룹 동일인을 놓고 분쟁을 겪으면 다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아야 한다. 만에 하나 이같은 일이 벌어질 경우 대한항공을 포함한 한진그룹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이 때문에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재산분할 등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동일인 지정이 지연됐다는 분석에 무게가 쏠린다.

지난해 기준 한진칼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8.95%이다. 이중 한진칼 최대주주는 지분 17.84%를 보유한 고(故) 조양호 회장이다. 조 사장의 지분율은 2.34%에 불과하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 지분율은 각각 2.31%, 2.30%다.

조양호 회장이 보유했던 지분을 어떤 방식으로 나누든 간에 특수관계인에 속해 차기 동일인 즉 그룹 총수의 우호지분 역할을 하게 된다.

상속분할 비중에 대한 의견차는 발생할 수 있다. 고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특별한 유언이 없었다면 배우자인 이명희 전 이사장이 5.94%, 조원태·현아·현민 삼남매가 각 3.96%씩 상속하게 된다.

조현아·현민 자매에게도 유산을 상속받을 권리가 있고 최대 65%의 세율이 적용되는 상속세 조달 방안도 분담할 필요가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차기 동일인으로 지정한다 해도 한명에게 지분을 몰아줄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어떻게 나눠 상속할지를 조율하는데 시간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경제계 관계자는 “조원태 사장의 동일인 지정에 대한 갈등이 빚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조양호 회장이 사망한지 채 한달도 지나지 않은 상태여서 상속비율 등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러 조건을 감안하면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것”이라며 “다만 우호지분이 있더라도 조원태 사장 단독으로 그룹을 완전히 지배할 정도의 지분은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상황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빌미가 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