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이명희 “스트레스로 인한 우발적 행동”

“사실관계 인정하지만…상습성 등 일부 법리 다투겠다”

운전기사·경비원 등 9명에게 22차례에 걸쳐 ‘갑질’ 혐의

운전기사와 경비원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69)이 첫 공판에서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상습폭행으로 보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 심리로 16일 열린 이 전 이사장의 첫 공판기일에서 이 전 이사장 측 변호인은 “이 사건 폭행은 상습성이 없고, 폭행에 사용된 물건이 형법상 위험한 물건인지 의문스럽다”며 법리적인 문제를 다투겠다고 밝혔다.

이 전 이사장은 2011년 1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운전기사 등 9명에게 22차례에 걸쳐 폭언·폭행을 일삼거나 위험한 물건을 던지고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다.

이 전 이사장은 서울 종로구 구기동의 한 도로에서 차량에 물건을 싣지 않았다는 이유로 운전기사의 다리를 발로 걷어차 2주 동안 치료를 받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출입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비원에게 가위를 던지고, 인천 하얏트호텔 공사 현장에서 조경설계업자를 폭행하고 공사 자재를 발로 걷어찬 혐의도 있다.

이와 관련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대한 이 전 이사장의 기본 입장은 전부 인정한다는 취지”라며 “이 전 이사장은 기본적으로 본인에게 굉장히 엄격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도 정확히 일해주길 바라는데, 일을 못 하면 화내기도 하는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태도가 전체적으로 부족함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고 반성한다”며 “한 번 더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며 관련 사실관계를 인정한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폭행이 ‘상습적’이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전 이사장은 동종전과가 없고 범행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긴 했지만, 간헐적으로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동기’와 관련해서도 범행이 집중적으로 일어난 2011년 하반기부터 2014년 상반기는 이 전 이사장이 평창동 자택공사, 고 조 회장의 평창올림픽 유치 활동 내조, 시어머니 봉양으로 스트레스가 많았던 시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우발적으로 이러한 행동이 나온 것으로 생각하는데 재판부가 한번 살펴봐 달라”며 “일반 폭행보다 사안이 경미하고, 순간적인 화를 못 참아서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직원들을 향해 던진 화분, 밀가루 밀대, 철제 전지가위 등이 위험한 물건이 아니라는 주장도 했다. 또 이 전 이사장이 책을 던져 입힌 눈 부상, 밀가루 밀대를 던져 발생시킨 이마의 혹과 멍, 구두를 던져 입힌 가슴 부상은 ‘상해’가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피해자들이 조사 과정에서 직접 그린 약도와 부상 정도를 찍은 사진을 법정에서 제시하며 공소사실 전부가 유죄로 인정돼야 한다고 맞받았다.

증인으로는 총 5명이 채택된 가운데 재판부는 내년 1월14일 오전 경비원과 운전기사 각각 한 명씩을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이 전 이사장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져 1심에 이어 2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운전기사와 경비원에게 상습적으로 폭언·폭행한 혐의를 받는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12.16/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