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무역갈등, 해결 조짐 보인다

일본 경산성, 반도체 소재 포토레지스트 수출규제 완화

 

일본 정부가 대한(對韓) 수출규제 강화 품목이었던 반도체소재 포토레지스트에 대해 조치를 완화했다. 지속적인 수출 실적이 누적됨에 따라 국가안보 우려가 비교적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0일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에 수출하는 반도체소재 수출규제 강화 품목 3개 중 포토레지스트(감광제)에 대한 수출심사 승인 방식을 ‘개별허가’에서 ‘특정포괄허가’로 바꾼다는 내용으로 개정령을 발표했다.

이 개정령은 발표 직후 바로 시행됐다.

일본 기업들은 수출규제 강화조치 이후 개별 건마다 포토레지스트 수출 허가 심사를 받아야 했다. NHK는 특정포괄허가로 바뀌면서 수출 건마다 허가를 받을 필요가 있긴 하지만 특정 한국 기업에 지속적으로 수출하는 경우 최대 3년분을 일괄적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NHK에 따르면 이번 완화조치는 안전 보장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 민생용 수출 실적이 누적돼 왔기 때문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다 요이치(飯田陽一)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은 수출규제 조치를 검토하는 조건으로 “건전한 수출 실적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 강화조치 이유에 대해 국가안보상 전략물자로 사용될 수 있는 품목들이 제3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한국 정부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보복조치를 한 것이라고 봤다.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를 강화한 이후 조치를 완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8월 포토레지스트 수출 1건에 대해 개별 수출 심사를 통해 허가를 했다고 밝혔지만 이후 수출 건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기판상에 도포하고 특수 조명을 맞춰 회로 패턴을 기판에 전사하는 데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JSF과 도쿄오카 공업 등 일본 업체가 9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7월1일 한국에 수출하는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및 제조기술 이전을 기존의 포괄 수출허가에서 개별 수출허가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후 일본 정부는 8월28일 한국을 ‘화이트국가'(수출관리 우대조치 대상국) 명단에서 제외함으로써 수출규제를 더욱 강화했다. 화이트국가는 대부분 수출품목에서 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지만 한국이 포함된 B그룹 국가들은 개별 허가를 원칙으로 특정 품목만 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다.

수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일본 기업들의 반도체소재 수출량이 급감했다. 7월 한달 간 한국에 수출된 일본의 불화수소 물량은 전월 대비 83.7% 가량 줄어들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수출 물량은 점차 회복될 것”이라며 신경쓰지 않았다.

양국 간 긴장은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 정부를 제소하면서 더욱 높아졌다. 양국은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에서 2차례에 걸쳐 협의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지난달 22일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WTO 제소는 일단 철회했다.

이어 지난 17일 한일 양국은 국장급 회의를 열고 10시간 넘게 수출규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었다. 당시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경제산업상은 협의 후 “대화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하나의 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양국 정부는 이달 말 중국 서남부 쓰촨성 청두시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에 맞춰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강제징용과 수출규제 등 한일관계의 다양한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한일 정상회담 이후 다른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완화조치나 화이트국가 재지정 등이 이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