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확진자 1만명…종식 vs 3차확산 ‘갈림길’

‘중국발 유입→신천지→해외입국·병원·교회’ 불씨 전국 단위 확대

입국검역 강화·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안팎으로 방역강화 안간힘

 

한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1월20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74일만이다. 한 때 일일 확진자는 400~500명, 많게는 800명을 넘어섰지만 이제는 100명 아래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와 ‘입국검역 강화’를 시행하며 안팎으로 불길을 완전히 잡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번 방역의 성패에 따라 3차 확산기로 이어질지, 종식선언을 할 수 있을지 갈림길에 서 있는 상황이다.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86명 증가한 총 1만62명을 기록했다. 중국 국적의 35세 여성이 국내 첫 번째 확진자로 판정받은 1월20일 이후 74일 만이다.

국내 ‘코로나19’ 유행은 하루 한 자릿수씩 확진자가 발생했던 ‘1차 확산기’를 지나 2월18일 대구에서 첫 확진자 발생 후부터 하루 수백명씩 환자가 쏟아진 2차 확산기로 전환됐다. 3월 중순부터는 유행곡선이 꺾임새를 보이기 시작했으나 아직 일일 확진자가 100명 선을 등락한다.

정부가 첫 번째 확진자 사례를 처음 발표했을 때만해도 ‘코로나19’는 거의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국한된 상황처럼 보였다. 우리가 겪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와 비교했을 때, 지금처럼 확진자가 1만명을 넘을 것이라곤 상상하기 어려웠다.

메르스 때 국내 총 확진자 수는 총 186명, 사망자는 38명으로 지금과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누적 확진자 수는 당시 메르스 때 대비 54배에 달한다. 사망자 수는 174명으로 메르스 때의 4.6배다.

◇3번 환자 사례, 해외발 입국·가족감염·교회내 감염 등 미리 경고

첫 번째 확진자 발생 이후 ‘코로나19’는 해외, 특히 중국에서 유입되는 전염병으로 여겨졌다. 실제 그 뒤 발생한 국내 확진 사례는 중국 거주자나 여행자 뒤 입국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3번째 확진자와 연관된 사례(54·남)는 사실상 현재 국내 위기상황을 미리 예고했던 셈이 된다. 해외발 유입과 가족감염, 교회내 감염, 지역사회 감염 등 모든 감염전파 상황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3번 환자는 지난 1월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뒤, 6번 환자(56·남)와 식사해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이후 6번 환자의 부인(10번 환자), 아들(11번 환자) 그리고 6번 환자가 다니는 서울 종로 명륜교회 지인 21번 환자(59·여)가 연쇄 감염됐다.

또 3번 환자는 28번 환자(31·여)가 진료를 받는 강남 ‘글로비 성형외과’에 동행하면서 바이러스를 전파했는데, 28번 환자는 국내 최초로 ‘무증상 감염’ 사례로 주목받기도 했다. 중국 국적의 28번 환자는 완치 때까지 증상이 없었다.

당시 중국 다음으로 확산세가 컸던 싱가포르발 유입 확진자 발생 등은 현재 강화된 국내 입국검역 준비를 위한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2월18일 대구 신천지교회 확진자 등장…하루 수백명씩 확진

지난 1월20일부터 2월 18일까진 국내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수일째 새로운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기간도 있어 빠른 종식에 대한 기대감도 나왔다. 하지만 2월18일 대구 신천지교회 신도 첫 확진자(31번 환자)가 발생한 후부터 사태는 급격히 악화됐다.

당시 국내 신규 확진자 수는 2월 21일 52명, 22일 142명, 26일 169명, 27일 334명, 29일 594명으로 매일 크게 증가했다. 대구 신천지교회 신도들의 집단감염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코로나19’가 밀접접촉에 의해 감염전파가 이뤄진다는 학계와 당국의 설명을 그대로 방증했다. 지난 2일 0시 기준 국내 신천지 관련 확진자 수는 전체 누적 확진자 9976명 중 5175명으로, 무려 51.9%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청도 대남병원에서도 총 12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32명의 확진자가 나온 부산 온천교회, 경북지역 요양병원 집단감염 등 감염경로가 오리무중인 사례들이 쏟아졌다.

확진자 7명이 연쇄적으로 발생한 경남 창녕 동전노래방과 동대문구 동안교회·PC방 관련 20명 감염도 대표적인 지역사회 집단감염 사례다.

수도권 내 집단감염 사례는 지난 3월9일 처음 발생했던 서울 구로구 콜센터가 시발점이다. 현재까지 이 콜센터에서만 관련 확진자 수가 100명을 훌쩍 넘었고, 아직도 추가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콜센터 직원이 다닌 부천 생명수 교회 관련 확진자도 수십명의 감염자가 나왔다. 이 때문에 서울뿐 아니라 안양, 인천, 부천 등 경기지역 확진자 수도 동시에 늘었다.

성남시 은혜의강 교회 관련 확진자 수는 72명으로 교회 관련 집단감염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또 한 번 시사했다. 현재 서울 구로 만민중앙교회 관련 확진자 수도 계속 늘어 40명을 넘긴 상황이다.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수는 이날 0 시 기준 전날보다 86명 늘어 총 1만62명을 기록했다. 이날 0시 기준 193명이 추가로 격리에서 해제돼 총 완치자 수는 6021명을 기록했다. 완치자 수가 확진자를 앞서면서 이날 0시 기준 순확진자 수는 4041명으로 역시 22일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입국검역, 수도권 병원·교회, 대구 요양·정신병원…’코로나19′ 여전히 맹위

대구 신천지교회 신도 확진 확산세는 수그러들었지만,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며 다시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대구지역 같은 건물에 위치한 대실요양병원과 정신병동인 제이미주병원이 대표적이다. 대실요양병원에선 관련 확진자가 지난 2일 0시 기준으로 95명, 제이미주병원은 147명이 발생했다. 대구 한사랑요양병원 관련 확진자도 123명이 나왔다.

현재 대구내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에 대한 전수검사는 거의 마무리된 상태로, 일단 큰 불은 꺼졌지만 아직 불안감은 여전하다. 대구는 3일 0시 기준으로 45일만에 신규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인 9명으로 줄었다.

수도권은 좀처럼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이 날 수도권내 신규 확진자 수는 42명으로, 전체 신규 확진자 86명 대비 약 절반을 차지했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지난달 29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데 이어 3일 오전까지 이 병원 관련 누적 확진자 수는 30명으로 늘었다. 감염원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불안감을 더욱 키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난달 31일 9세 여아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아산병원에선 현재까지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 여아는 지난달 25~26일 의정부성모병원을 방문한 뒤 26일 서울아산병원 소아 응급실을 방문해 입원한 것으로 밝혀져 당국이 관련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해외발 입국자들에서도 확진자가 쏟아져 정부가 모든 입국자에 대한 검사와 자가격리 카드를 꺼내들었다.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우리보다 뒤늦게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진 영향이다.

3일 0시 기준으로 해외발 입국검역 과정에서 확인된 신규 확진자는 22명으로, 총 검역 확진자 수는 264명으로 늘었다. 이를 포함해 지역사회서 확인된 입국 확진자까지 합친 수는 647명으로 서울지역 누적 확진자 수 506명을 훨씬 뛰어넘는다.

정부는 이를 차단하기 위해 1일부터 모든 입국자들에 대한 검사 또는 격리를 시행하고 있어, 통제범위에 들어간 상태다. 또 오는 5일 종료 예정이었던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안정기를 찾을 때까지 당분간 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3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침방울로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사람사이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수도권내 확진자 수가 줄지 않고, 집단감염이 반복되고 있어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 지역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