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항공업계 ‘구조적 불황’ 시작됐나

3분기 성수기도 역성장…’보이콧 재팬’ 직격탄

환율, 신생 3사 과잉경쟁 관측 등 부정적 전망

국내 항공업계가 줄줄이 적자를 기록한 2분기에 이어 최대 성수기 3분기에도 실적 부진이 시달린 것으로 관측됐다. 일본 경제보복 이슈로 불거진 불매운동 여파로 수요가 급감한데다, 환율 등 외부요인이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항공사들도 이같은 위기감을 감지, 비상경영에 들어가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마땅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여기에 신생 항공사들이 업계에 진출하면서 업황 부진을 탈피하기 힘든 여건으로 치닫고 있다. 항공업계가 구조적 불황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30일 항공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의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일제히 전년 동기보다 감소한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30%나 줄었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저비용항공사(LCC) 역시 누적 적자가 심화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에어부산의 경우 3분기 영업이익이 80% 가까이 급감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예상을 하회하는 부진한 3분기 실적을 시현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특히 LCC들은 성수기인 3분기에도 영업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통상 3분기는 항공업계 최대 성수기로 꼽힌다. 여름 휴가철을 물론 추석 연휴까지 겹쳐 여객수요가 많이 몰리는 시기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항공사들의 실적 전망치는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업계 전체가 부진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일본 여행 불매운동에 따른 수요 감소 영향이다. 지난 8월부터 고수익 노선인 일본 노선의 여객이 줄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실제 항공통계를 분석 결과 지난 8월 한 달간 국내 항공사들의 일본 노선 여객수는 총 132만9547명으로 전년 동기(172만1564명)에 비해 22.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과잉공급으로 여객 수요가 감소세를 보여왔지만 일본 이슈가 불을 지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여기에 환율상승에 따른 손실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다. 환율이 오르면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유와 비행기 임차 비용이 늘어 항공사 부담이 늘어난다.

이에 항공사들은 업황 부진을 탈피하기 위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는 등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이미 이스타항공은 지난 16부로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단계별로 비용절감 방안을 준비 중이다. 또 10월부터는 1~3개월의 무급휴직도 시행할 계획이다.

제주항공도 ‘비상경영’이란 직접 표현은 피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경영악화에 따른 조치로 국내선 운임을 인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 감축 대신 동남아 노선 개발 및 취항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그 효과를 단기간에 기대하기란 어렵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신규 항공사 3곳이 추가로 운항을 시작해 시장경쟁 또한 치열해진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근시일 내 업계 전반의 구조개편이 촉발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이번 불황을 기점으로 점유율 격차가 확대되고 재무구조 건전성의 차이에 따라 성장성 차별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현금흐름 악화를 견디기 쉽지 않은 하위 항공사를 중심으로 2019년말에서 2020년쯤 의미 있는 구조조정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포국제공항 일본항공 탑승 수속창구가 국적기 탑승창구와는 달리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