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총선] ‘범진보 180석’ 압도적 승리

민주-더시민 175석, 통합-미래한국 106석 예상

통합, 막말 논란·전략 착오로 중도층 이탈 자초

정부·여당, 집권 후반기 ‘개혁완수’ 동력 확보해

15일(이하 한국시간)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포함)이 170개 의석 안팎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은 2004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치러진 17대 총선 당시 152석(열린우리당)을 얻은 이후 16년 만에 단독 과반(151석 이상) 의석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21대 국회는 4년만에 ‘여소야대’에서 ‘여대야소’ 구도로 재편됐다.

16일 자정을 넘기며 일부 초접전지를 제외한 당선자들의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민주당은 지역구 1위 당선자만으로도 과반을 차지할 기세다. 여기에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만든 열린민주당, 정의당 등 예상 의석까지 더하면 180석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반면 ‘정권 심판론’을 앞세웠던 미래통합당은 열세에 몰리며 전국 단위 선거 4번 연속 패배에 내몰렸다.

16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전 1시50분 현재(전국 개표율 83.6%) 전국 253개 선거구 중 민주당은 158곳, 통합당은 89곳, 정의당 1곳, 무소속 후보가 5곳에서 각각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례대표의 경우 오전 1시50분 기준 KBS의 개표 결과 예측 시스템 ‘디시전K’에 따르면 전체 47석 가운데 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19석, 민주당의 비례대표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7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각 지역구 1위 후보와 각 당의 비례대표 예상 의석을 합하면 민주당-더불어시민당의 의석은 175석, 통합당-미래한국당은 106석이다.

◇”수도권 중도층이 갈랐다”…민주당, 121곳 중 약 100곳 압승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이 두 당의 운명을 갈랐다. 수도권 121석 가운데 민주당이 무려 100석에 육박하는 의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선에선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진영대결이 펼쳐진 탓에 호남과 영남 등 양당 지지층이 결집하며 전체적으로는 팽팽한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전체 지역구 의석 중 절반에 해당하는 121석이 걸려 있고 중도층 비중이 높아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불리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하면서 양당의 운명은 극적으로 갈렸다.

보수성향에 가까운 중도층의 가파른 통합당 이탈과 민주당으로 표심 이동은 첨예한 승부가 펼쳐지는 주요 격전지 대결 결과에서 명확히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 민주당-시민당의 의석은 ‘최대 178석'(KBS)으로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개표결과와 출구조사 최대치가 엇비슷하게 나왔다는 것은 수도권에 유독 밀집한 격전지 대다수에서 민주당이 승리했으며, 이는 승부의 키를 가쥔 중도층의 표심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 오전 1시30분 현재 서울의 경우 민주당이 40석, 통합당은 9석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이 20대 총선 성적(35석)을 넘어서는 성과를 올린 반면 통합당은 강남구와 서초구, 용산구, 송파구 등 정도에서만 앞서며 체면을 구겼다.

경기(59석)는 개표율 81.3% 기준으로 민주당이 48석, 통합당이 10석, 정의당 1석을 기록 중이다. 인천(13석)은 인천개표율 89.8%를 기준으로 민주당이 11석, 통합당 1석, 무소속 1석이 우세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아세안+3 특별화상정상회의를 갖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4.14/뉴스1

◇통합당 ‘고질병’에 중도층 이탈…’정권심판론’ 희석에 민주당은 선전

중도층 이탈의 원인은 크게 두가지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통합당이 자초한 면이 크다.

무엇보다 선거운동기간 막판 ‘세대 비하’ 논란을 일으킨 김대호 서울 관악 갑 후보, ‘세월호 유족 비하’ 파문에 직면한 차명진 경기 부천시 병 후보 등 보수진영의 고질병인 ‘막말’ 논란이 재차 불거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이미 한바탕 논쟁을 벌였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전면에 내세우고, 민심의 지지를 얻기 힘든 ‘안보’ 공세를 되풀이 하는 등 통합당의 총선 전략에도 문제가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대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반환점에 치러지는 ‘중간선거’인 탓에 중도층 이탈 가능성이 컸던 민주당은 오히려 반전을 마련했다. 총선을 앞두고 터진 예기치 못한 코로나19(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민주당에게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 사태 초반만 하더라도 정부의 대응을 놓고 논쟁이 일었지만, 팬데믹(전 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후 오히려 ‘모범 방역’ 국가라는 호평을 받으며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상승한 것이 여당 승리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자연스레 중도층 표심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 ‘국정안정’ 방점 찍을 듯…통합당은 ‘후폭풍’

민주당이 선거에서 내세운 ‘국난 극복’ 프레임이 통합당의 ‘정권 심판’ 공세보다 더 큰 지지를 받은 것으로도 해석된다. 코로나 사태라는 전례 없는 위기에서 정권에 책임을 묻기 보다는 힘을 실어줘 조속한 종식과 피해 수습을 하자는 민심의 열망에 부응했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주도하는 열린민주당, 범진보 정당인 정의당 등 범진보 진영을 모두 합하면 180석까지 넘길 가능성도 있다.

180석은 현행 국회법상 개헌을 제외한 모든 법안을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의석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20대 국회서 지연된 법안 처리 등 개혁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부와 여당이 과감한 개혁에 나서기 보단 코로나 대응보다는 국정안정화를 위한 행보에 최우선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심이 여당의 ‘독주’나 급진적 ‘개혁’을 원해서라기 보다는 말그대로 ‘안정’에 힘을 실어준 것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압도적인 승리 탓에 팽팽했던 여야의 대결구도의 무게추는 급격히 민주당으로 기울어질 공산이 크다. 20대 국회 임기내 이뤄질 가능성이 큰 코로나 대응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담길 ‘긴급재난지원금’의 규모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원내 논의를 민주당이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7월1일 신설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준비 작업에도 본격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통합당과 각을 세워온 사법·검찰 개혁 등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당장 추진할 가능성은 낮지만 문재인 정부 핵심공약 실현의 마지막 관문인 ‘개헌론’까지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한번의 충격적 패배를 당한 통합당은 최악의 경우 존폐 위기에 몰릴 정도의 상당한 후폭풍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여야 1위 대권 잠룡이 맞붙은 ‘정치1번지’ 서울 종로구 선거에서 이낙연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한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통합당의 참패가 확실시되자 이날 자정쯤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통합당으로서 더 큰 문제는 당장의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지도부 해체 후 비대위원장 승계 1순위로 지목되는 심재철 원내대표마저 경기 안양 동안 을 지역구에서 이재정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가 확실시된다. 이 때문에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총선을 이끈 김종인 임시 비대위원장 체제 등이 가능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양당제·지역주의 구도 ‘회귀’…양극화 다시 심화

지난 20대 총선에서 제3당인 국민의당의 등장으로 균열 기미를 보였던 지역주의 구도와 양당제는 다시 굳건해진 것은 이번 총선의 가장 큰 우려지점이다.

특히 사상 처음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첫 선거였음에도 불구하고 ‘다당제 확대’라는 선거법 개정 취지와 달리 선거 결과, 거대 양당 구도로 회귀하면서 논란이 일 것으로 점쳐진다.

오후 11시50분 현재 비례대표 선거 개표 결과 양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19석, 시민당은 17석, 역시 민주당 계열의 열린민주당은 3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정의당은 5석, 국민의당은 3석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구 선거의 경우는 경기 고양 갑 선거구에 출마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양당과 무소속 후보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당선이 확실시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21대 국회의원선거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총선 결과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영 원내대표, 이해찬 대표, 우희종, 이종걸 더불어시민당 상임선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