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학생 살해 ‘무기수’ 27년만에 무죄 석방

1991년 필라델피아서 범행…다른 진범 가능성

경찰, 제보전화 숨기고 무리하게 수사 진행해

미국의 한 무기수가 다른 진범 가능성에 수감 27년만에 풀려났다고 CNN 등 현지언론들이 17일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지난 1991년 필라델피아에서 한인 유학생 호태정(Ho Tae Jung)씨를 살해한 범인으로 몰린 체스터 홀맨 3세(48)가 수감중이던 펜실베이니아 루저네 주 교도소에서 16일 풀려났다. 앞서 필라델피아 민사소송법원 그웬돌린 브라이트 판사는 홀맨이 사건과 ‘결백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날 판결했다.

1967년 서울 출생으로 당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랭귀지코스를 다니던 호태정씨는 친구와 길을 걷던 중 2명의 강도로부터 변을 당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호태정씨를 바닥에 눕힌 범인은 총격을 가한후 하얀색 쉐비 블레이저 SUV를 타고 달아났다.

911 수배 지령을 접한 경찰은 사건 4분후께 용의차량과 같은 하얀색 블레이저 SUV를 타고 가던 홀맨을 붙잡았다. 경찰 기록에 따르면 홀맨이 탄 렌트 차량은 신고 차량 번호와 첫 3자리까지 똑 같았다. 강도 살해혐의로 기소된 홀맨은 1993년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형이 확정되며 수감됐다.

그러나 홀맨의 억울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찰은 그가 진범이 아닐 가능성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민사소송 법원에 제출된 검찰측 기록에 따르면 경찰은 범행 발생 24시간도 안된 시점서 운전자의 이름을 알려주는 성명 미상의 전화를 받았으나 이같은 사실을 홀맨 변호인측에는 알리지도 않고 감춰왔다.

검찰측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러한 사실들이 알려졌었다면 홀맨은 법정에 서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홀맨을 대리한 앨런 토우버 변호사는 “기쁜 날”이라며 “단지 그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강탈 당하고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풀려나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홀맨은 추후 억울한 수감생활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체스터 홀맨 (CNN 방송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