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행업계, 4단계 격상에 ‘체념’

여행사들 “1년 넘게 매출 ‘0’…달라지는것 없어”

제주 호텔은 여전히 ‘풀부킹’…개별 수요는 지속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1000명대를 넘어서는 등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정부가 오는 12일부터 2주간 수도권에 새로운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날 정부의 조치에 상당수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실망을 내비치면서도 체념한 듯한 반응이다. 사실상 일 년 반 이상 정상 영업이 어려웠기에 매출은 더 떨어질 곳이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백신 접종률 증가에 정부의 ‘트래블 버블’ 시행 등으로 고조된 해외여행 재개에 대한 기대감 역시 한풀 꺾인 분위기다.

다만, 국내 개별여행 수요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름 휴가철과 겹치는 데다가 수도권 외에 인원 제한이 없는 지역들로 개별적으로 이동해 여행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해외 출국길이 막히면서 해외 대신 인기를 끌고 있는 제주도의 경우 특급 호텔들 대부분이 ‘풀부킹’ 상태다.

업계는 최근 해외여행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적극적으로 홈쇼핑과 라이브 커머스 등의 판매 채널을 활용하거나, 특가를 내세워 여행 상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지난달 14일 서울 시내 한 여행사 사무실이 잠겨있는 모습. © News1

그러나, 전국적으로 코로나 4차 대유행이 현실화되는 현상황에서 주요 여행사들은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잠시 접고, 장시간 여행 시장 회복을 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사실 예약이 활발하게 이뤄진 단계도 아니였기에 큰 영향을 받을 것도 없지만, 아쉬움이 있긴 하다”며 “백신 접종률이 오르고 면역화되는 데까지 앞으로 2~3년은 이상을 예상하기에 당장의 상품 판매보단 ‘위드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준비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모두투어 역시 여행 수요 회복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이다. 최근 임원 회의를 거쳐 사실상 2023년이 되야 여행 수요가 50% 정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당분간 국내여행 시장은 개별여행 중심으로 수요 급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사실상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제주도의 경우 대다수 특급호텔들이 7~8월 예약이 ‘풀부킹'(매진) 상태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사이판과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 여행안전권역) 시행 합의문에 서명한다는 소식에 지난 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하나투어 본사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업무를 보고 있다. © News1

 

그랜드 하얏트 제주 관계자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소식에도 취소 문의가 많지 않았고 현재도 마찬가지”라며 “예약이 몰리면서 심지어 객실 단가까지 폭증한 상황”이라고 했다.

해비치 제주 관계자는 “주중과 주말 합쳐서 80% 투숙률을 보이고 있다”며 “취소 문의가 늘진 않았지만, 신규 예약이 뜸해지긴 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이미 6월 말부터 제주도 렌트카는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휴가 성수기인 7월말~8월초 인기 차종은 예약이 마감됐다.

이와 관련해 휴가철을 맞아 수도권을 피해 비수도권으로 여행객들이 몰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스스로 차를 타고 국내여행을 즐기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며 “게다가 보통 여름철 국내여행의 경우 여행사를 통해서 가는 경우가 많지 않았기에 개별여행객들은 여전히 국내여행을 많이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도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와 대전시는 지난 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격상했다. 연일 50명대 확진자가 나온 부산은 피서객과 관광객의 부산 방문을 우려해 결정한 조치다. 강원 춘천시도 자체적으로 거리두기 3단계를 적용하고 있으며, 제주도는 두 자릿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2단계 격상을 검토하고 있다.

비가 내리는 15일 제주도 서귀포시 천지연폭포를 찾은 관광객들이 폭포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