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트-르노 합병, 닛산은 제외

피아트크라이슬러, 르노에 공식제안

맨리 FCA 대표 “1년이상 걸릴 수도”

<속보>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27일 르노자동차에 지주회사 형태의 합병을 제안했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판매규모 면에서 세 번째로 큰 자동차 업체가 탄생해 자동차 업계의 판도를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합병과정이 1년이상 길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블룸버그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FCA는 성명을 통해 “네덜란드 지주 회사를 두고 앙샤가 지분을 50대50으로 소유하는 형태의 합병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FCA 본사는 네덜란드에 소재해 있다.

FCA의 시가총액이 르노의 시가총액보다 더 규모가 커 양사의 합병이 이뤄질 경우 FCA의 주주들은 25억유로의 특별배당금을 지급받게 될 것이라고 FCA는 설명했다. 지난 24일 기준 FCA의 시가총액은 200억달러인 반면 르노의 시가총액은 170억달러다. 양사의 합병 소식이 전해진 후 FCA와 르노의 주가는 각각 19%와 17% 급등했다.

FCA는 “이번 합병을 통해 부품 및 연구개발(R&D)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하고 제조과정을 통합할 경우 연간 56억유로(약 7조4349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FCA의 마이크 맨리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합병이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합병 제안을 받은 르노자동차는 성명을 통해 “이사회가 합병 기회에 관심을 갖고 검토하기로 결정했다”며 “법률과 규정에 따라 향후 적절한 시기에 시장에 논의결과를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병 제안은 전기 자동차와 자율 주행차, 배기가스 규제 강화 등으로 자동차 업체 간 통합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과 유럽연합(EU), 미국 등에서는 자동차 판매가 감소하면서 이런 압박은 더욱 심해져 왔다.

FCA는 “공장을 폐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뉴욕타임스(NYT)는 유럽의 자동차 산업이 침체돼 있는 가운데 피아트와 르노의 공장 가동률이 낮아 인력 감축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FCA는 북미 시장에서는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지난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 게다가 유럽 내 공장 가동률은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양사의 합병이 이뤄질 경우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자동차 제조업체가 탄생하게 된다. 양사의 지난해 판매량은 약 870만대. 폴크스바겐과 토요타자동차만이 1000만대를 판매해 이들보다 판매량이 많았다.

르노자동차의 20년 파트너인 일본 닛산자동차와 미쓰비시 자동차의 판매량까지 더할 경우 연간 1500만대에 달해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그러나 닛산자동차와 미쓰비시 자동차는 제외됐다. 닛산·미쓰비시 자동차는 그동안 지주회사 형태로 합병을 추진하자는 르노자동차의 제안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피아트 측이 닛산자동차 등과 계속해서 협력해 나가고 11명의 이사진 중 한 자리를 닛산자동차에 배정할 것이라고 밝혀 닛산·미쓰비시 자동차의 향후 합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닛산자동차의 사이카와 히로토(西川人)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르노자동차와의) 연합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향적인 논의도 할 수 있다”고 말해 합류 가능성을 시사했다.

르노자동차의 최대 주주인 프랑스 정부는 원칙적으로는 합병을 지지하지만 자세한 내용을 봐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도 이번 합병이 피아트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좋은 소식이지만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FCA 본사 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