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뱅크도 문닫아…미국 곳곳서 ‘굶주림’

잉여 농산물 기부 원해도 인력-저장시설 없어

코로나19의 대유행 탓에 미국 곳곳에서 식량난이 벌어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4일 보도했다.

통신은 미국에서 2600만명이 일자리를 잃은 가운데 미 전역의 푸드뱅크가 음식물 부족에 시달리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푸드뱅크는 미국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식료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비영리 기관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뉴욕시에선 지역 내 푸드뱅크 가운데 3분의 1이 식료품 공급 부족과 자원봉사자 구인난으로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푸드뱅크들은 식료품 100만달러어치를 발주했지만 몇 주 동안 수령하지 못했다. 일리노이주 시카고와 텍사스주 휴스턴의 푸드뱅크들도 식량이 거의 다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전역 200개 이상의 푸드뱅크로 구성된 비영리단체 ‘피딩아메리카’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전 푸드뱅크에 의존하던 미국인은 7명 중 1명이었다. 하지만 푸드뱅크 관계자들은 그 수요가 현재 2~3배가량 폭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에 음식 자체가 부족한 게 아니다. 생산량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미국 농축산업계는 잉여 농산물과 우유를 버리고, 가축들을 도태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공급망이 막혀 식료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농부들은 잉여 농산물을 버리기보다는 차라리 기부하길 바라지만, 자선단체들은 그러한 대량 기부를 감당할 노동력이나 창고가 없다.

정부 규제도 문제다. 미 농무부는 푸드뱅크 공급용 식품을 특정 규격에 맞춰 생산하도록 엄격하게 규제한다. 양돈 농가에서 고기를 기부하고 싶어도, 푸드뱅크용으로 공급하려면 특정 규격의 상자에 일정량을 포장해야 하기에 비용이 든다.

일부 유통업체들이 식량을 대규모로 기부하고는 있으나 포장 단위 자체가 크다. 푸드뱅크들은 대용량 식품을 나눠서 포장할 여력이 없다고 한탄하고 있다.

그렉 트로터 시카고 푸드뱅크 대변인은 “식품 제조사들이 급증하는 소비자 수요를 맞추느라 푸드뱅크에 물건을 덜 팔고 있다. 이 때문에 배송까지 두 달이 걸리는 식품도 생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자료사진/af.m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