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아베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발표를 보고

구대열

늘 아침 아베가 한국을 소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는 발표를 보았습니다. 그 내용이나 이후 문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 게임은 양국이 모두 지는 게임입니다. 일본 정부가 이것을 몰랐을까요? 아닐 겁니다. 우리 정부는 이를 알았을까요? 아닐 겁니다.

그러면 왜 이같은 결과가 나왔을까요?

우리정부의 입장에서 봅시다. 우리정부의 실세인 386 세력들은 국내에서 성공한 운동권방식으로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밀어붙이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이들은 일본의 식민지 통치를 부정하고 소녀상을 전국적으로 세우고 반일로 선동하면 모든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믿는 겁니다.

국내적으로 단기적으로 성공을 거두었지요. 부수적으로 야당에 친일 덤터기까지 뒤집어씌울 수도 있었구요. 일본이 이에 굴복한다면 금상첨화이겠지요. 이 정부가 일본을 굴복시켜 36년 식민지 역사에 대해 사죄를 받아내면 한국 현대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기록될 겁니다. 당연히 내년 총선에서도 압승을 기대할 수 있겠죠.

그러나 일본, 아니 국제사회가 386세대들의 생각같이 호락호락 한가요? 그들이 레닌이고 국제사회는 지금이 1차 대전 후 식민지 해방 열기로 들끓어 레닌의 선동이 먹히던 시절이던가요?

당연히 이들의 시도는 장벽에 부딪쳐 파탄으로 치닫고 출구전략은 상실된 채 국가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습니다. 일은 자기들이 저질러 놓고 국민들이 단결하여 막으려 합니다. 전가의 보도인 듯 촛불시위에 국민들을 동원하려 삽니다.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장기적으로 일본에 대한 기술 의존도가 줄어들겠지요.

이들이 믿는 구석이 있다면 미국일 겁니다. 동북아 정책에서 한일과의 협력이 중요한 미국으로서는 양국의 관계악화가 이 지역 전략문제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정부는 한일정보 협력이란 카드를 만지작거리지만, 과거와 같이 물밑에서 중재에 나설 것이며 일본이 이에 굴복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지요.

일본은 한 걸음 물러나 전선은 전쟁 이전으로의 복귀(status quo ante bellum)될 것으로 믿은 거죠. 그러면 최소한 체면은 살리겠지요. 그러나 이번 미국의 태도는 애매합니다. 미국도 한국의 386 정권을 손보려는 일본과 은근히 밀회를 즐기는 듯한 느낌을 주지 않나요?

그러면 일본의 속마음은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한국을 한번 조지자는 겁니다. 지구상에서 일본을 우습게보며 욕하는 나라는 한국뿐이죠. 요즘 점점 더 심해지는데 차제에 한번 ?아 맛을 보여 주자는 겁니다.

‘중국만 무섭더냐? 사드를 핑계로 중국이 화를 내자 죽는 시늉을 하더니, 일본은 못할 줄 아느냐! 일본은 더 심하게 한국의 목을 조를 수 있다. 일본 무서운 걸 알고 앞으로 식민지 피해배상이니 그 따위 주장일랑 집어 치우고 고분고분하게 굴어라.’ 라는 메시지 말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중재도 단호히 거부한 건데, 앞서 말한 대로 양국이 약간 손발을 맞춘 것 같지 않나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꼭 명심할 게 있습니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겁니다. 1970년대 우리는 ‘할 수 있다(can do it spirit)’는 정신으로 경제개발을 이룰 때는 세계가 대견하다는 시선으로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지요. 이제 세계는 ‘요것 봐라, 이게 막 기어오르네. 한번 밟아 주어야겠는데.’ 하지 않는가요?

벼락부자나 졸부(nouveau riche, parvenu)가 한 마을에 정착하여 파티를 열면 이웃이 와서 잘 먹고 갑니다. 그러나 이웃들은 그들의 파티에 이 벼락부자를 초청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물을 먹이는 겁니다.

한국을 둘러싼 모든 분야에서 이런 시선이 느껴집니다. LPGA가 제기했던 영어문제, 최근 유벤투스의 무례한 반응 등등 점점 늘어날 겁니다. 특히 한국관광객들의 분별없는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죠.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받아왔던 수모입니다.

청일전쟁에서 이긴 뒤 기고만장한 일본을 유럽 3개국인 프랑스, 독일, 러시아가 손잡고 밟아 준 것이 바로 3국간섭입니다. 2차 대전 이후로도 기술적으로는 앞서고 있으나 문화적으로는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시선은 지속됩니다.

우리에게 좋은 교훈입니다. 이제 세계가 can do it Korea에 박수를 보내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모두가 우리의 약점을 찾아 눈을 부릅뜨고 있습니다. 개인적 차원에서나 국가적 차원에서 세계무대에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처신해야 할 이유입니다

梨大정외과 명예교수/前이대학보사 편집인/국제정치학 박사(런던政經대/LSE)/著書: “삼국통일의 정치학”, “제국주의와 언론”/前한국일보 사회 외신 기자(견습 22기)/  부산고~서울대 문리대 영문학과 졸

*외부 기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