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본받아야 할 리더십과 파트너십

이형균

알래스카를 여행하면 눈과 귀에 가장 많이 다가오는 단어가 수워드(Seward)입니다. 수워드라는 항구도시가 있고 수워드 하이웨이‘라는 고속도로도 있습니다. 마치 한국에서 세종이라는 이름이 여기저기 쓰이는 것과 같습니다.

잘 알려진 대로 알래스카는 1867년 미국정부가 제정 러시아에게 720만 달러를 주고 사들인 땅입니다. 요새 우리 돈으로 단순하게 환산하면 70억 원 정도이니 강남의 큰 평수 아파트 3채 정도면 너끈히 지불할 수 있는 부동산입니다. 그러나 150여 년 전의 달러가치로 보면 미국정부가 부담하기에 벅찬 거액이었다고 합니다.

알래스카 매입을 주도한 인물이 당시 윌리암 수워드(William Seward)국무장관입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미국의 광대한 서부개발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어서 그런 거금을 주고 알래스카를 사겠다는 수워드의 결심에 의회와 여론이 매우 부정적이었습니다. 의회와 언론은 알래스카를 수워드의 ‘얼음 박스’라고 조롱했고 그 거래를 ‘수워드의 우행(愚行)’이라고 비난할 정도였습니다.

미국의 미래를 내다보며 알래스카의 영토적 가치를 평가했던 수워드 장관은 사면초가의 상황을 뚫고 이 땅을 매입하는데 진력했습니다. 당시 수워드 장관은 핵무기나 핵잠수함시대를 예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알래스카 매입덕분에 한 세기가 지난 후 미국은 그 땅 면적을 뛰어 넘어 사실상 거대한 태평양을 내해(內海)처럼 사용하며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세계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때 수워드 장관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알래스카는 러시아 땅으로 남아 수천기의 핵미사일이 미국을 향해 배치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알래스카 사람들에게 수워드는 조지 워싱턴과 같은 존재라고 해도 나쁜 비유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수워드는 앤드루 존슨대통령의 국무장관으로서 알래스카매입을 추진했지만 그를 처음 국무장관에 임명한 사람은 링컨 대통령이었습니다. 수워드와 링컨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지명전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경쟁자였습니다. 수워드는 사실 링컨보다 훨씬 화려한 경력을 가진 정치인이었습니다. 약관에 뉴욕주지사와 연방 상원의원에 각각 두 번씩이나 당선되었으며 젊은 변호사 시절부터 급진적일만큼 흑인 인권보호에 적극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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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얘기하면 어느 모로 보나 지명도에서 앞서있던 수워드에게 중서부 변방출신의 링컨이 도전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수워드는 링컨에게 역전패했습니다. 당시의 정치풍토가 그랬는지는 모르나 패배한 수워드는 오히려 대통령 선거전에서 미국전역을 돌며, 지명전 때 경쟁 상대였던 링컨 지원 유세에 열성적으로 나섰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된 링컨은 그에게 국무장관자리를 주었습니다. 수워드는 링컨 정부의 남북전쟁 수행과정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고 합니다. 대통령 감으로 손색이 없는 두 정치인이 콤비를 이루어 혼란기의 내각을 이끌어나갔던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수워드와 링컨의 관계가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은, 만만치 않은 경력의 경쟁자를 국무장관으로 발탁할 수 있었던 링컨의 배포와 도량, 그 밑에서 훌륭한 국무장관으로 국가에 봉사했던 수워드의 자세입니다.

링컨이 미국인에게 위대한 것은 두 동강 난 나라를 통일했기 때문입니다.수워드가 대단한 것은 이 혼란의 시기에 미국의 장래를 내다보며 국토의 외연을 넓혔기 때문입니다. 역사에서 가정(假定)은 쓸데없는 일이지만, 링컨과 수워드가 없었다면 오늘날 미국의 모습은 전혀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링컨과 수워드의 리더십과 파트너 십을 다시 한 번 떠 올리게 됩니다.

서울대총동창신문 발행인/경향신문 편집국장, 논설위원, 駐美특파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