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총격사건에 ‘유체이탈 화법’

히스패닉계 노린 범행까지 “정신질환자 소행”

샌더스 “인종차별적·반이민적 언행 중단하라”

멀베이니 “사회문제, 정치 이슈화해선 안돼”

 

지난 주말 사이 미국에서 발생한 두 차례의 총격 사건을 두고 총기 규제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으려 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정신질환자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미국 텍사스주와 오하이오주에서는 지난 3일과 4일 총격 사건이 발생해 용의자 1명을 포함, 총 30명이 목숨을 잃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총격 사건이 발생한 후 트위터를 통해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은 비극적일 뿐 아니라 비겁한 행동이었다”며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정당화할 이유나 변명은 없다”고 밝혔다.

이후 두 번째 총격 사건이 발생한 뒤에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에는 증오가 발붙일 곳이 없다”며 “우리는 그것(총격 사건)을 중단해야 한다. 이것은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진 않고 있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이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이민자 출신 혹은 유색인종 의원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하는 등 이민자 등을 경멸하는 발언을 해온 것을 거론하며 그의 발언들이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폭력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고 일갈했다.

미국 인권단체인 남부빈곤법률센터(Southern Poverty Law Center·SPLC)는 “트럼프 행정부가 퍼뜨리는 혐오스러운 발언들이 우리가 어제 엘패소에서 보았던 폭력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무지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도 이번 사건을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연관시키며 공세를 이어나갔다.

피터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은 “우리 대통령은 국내 테러범들을 무장해제하지 못했으며 정면으로 맞서지도 못한다”며 “그는 그들의 증오심을 증폭시키고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은 인종차별적이고 혐오스러우며 반이민적인 발언을 중단하라”며 “당신의 발언은 폭력적인 극단주의자들을 대담하게 만드는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총격 사건은 특별한 범행 동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질환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두 사건을 살펴보면 정신질환의 문제”라며 “이 사람들(범인)은 매우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강조했다.

엘패소의 디 마고(공화) 시장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총격 난사범은 “제정신이 아니었다”(deranged)며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도 ABC 방송에 출연해 “이번 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만드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이건 사회적인 문제이고 그렇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