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한] 김정은 만나러 DMZ로

30일 오전 시작…한반도 비핵화 및 한미동맹 논의후 회견

양 정상 DMZ 방문…김위원장 결단시 역사적 ‘남북미 회동’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공식 방한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정세를 비롯해 양국간 실질 협력 확대 등 현안에 대해 폭넓게 논의한다. 양 정상 간 회담은 이번이 8번째로, 지난 4월 미국에서 열린 회담 이후 약 80일 만이다.

특히 양 정상은 회담을 끝내고 이날 오후 비무장지대(DMZ)를 함께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깜짝 만남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50분간 청와대 접견실에서 열리는 1단계 정상회담은 양 정상 외에 양측에서 각각 4명씩 배석하는 ‘소인수 정상회담’으로 진행된다. 회담에 앞서 방명록 작성과 기념촬영이 예정돼 있다.

우리측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노영민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조윤제 주미대사가 배석하고, 미측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배석한다.

이어 오전 11시55분부터 오후 12시55분까지 60분 동안 청와대 집현실에서 확대정상회담 겸 업무오찬이 열린다. 양측 각각 정상 외에 10명씩 배석한다.

미국측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멀베이니 실장 대행,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해리스 대사,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 매슈 포틴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쇼 국가경제위 부보좌관 등 10명이 배석한다.

우리측에서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경화 장관, 노영민 실장, 정의용 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조윤제 주미대사,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고민정 대변인, 최종건 평화기획비서관 등 10명이 배석한다.

양 정상은 확대정상회담 및 업무오찬을 마치고 오후 1시부터 청와대 본관 중앙계단 앞에서 15분간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이날 정상회담의 결과를 발표한다. 양국 대변인의 사회로 진행되는 기자회견에서 양 정상은 각각 5분씩 모두발언을 한 뒤 양국 취재진으로부터 질문을 받는다. 방송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양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향한 양국간 공조를 재확인하고 지난 2월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소강상태인 비핵화 협상이 조속히 재개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상춘재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을 안내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아울러 최근 대북 인도적 지원이 시의적절하게 이뤄진 점을 평가하는 한편 굳건한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거듭 확인하는 계기로 삼을 전망이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양국간 경제 현안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실질협력을 더욱 증진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양 정상은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함께 DMZ를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정상은 지난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방한 당시에도 함께 DMZ를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기상 악화로 무산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DMZ 연설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DMZ에서 만날 것을 깜짝 제안한 바 있어 이날 남북미 정상의 역사적인 DMZ 회동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북한은 이에 대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담화를 발표, “양국 관계 진전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제안에 실제로 응할 경우 남북미 정상이 DMZ에서 만나는 역사적인 이벤트가 연출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만찬 시작 직전 기자들로부터 ‘내일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느냐’는 질문을 받고 “지켜보자. 현재 해결책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을 만나느냐’는 질문에는 “정말 흥미로울 것”이라고 했고, ‘북측으로부터 연락받은 게 있느냐’는 질문엔 “그렇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만찬에서 “성사가 된다면 그야말로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는 양 정상이 만찬에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좋은 일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지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다만 만나게 된다면 대화에 새로운 물꼬를 트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북미 혹은 남북미 정상이 DMZ에서 회동할 경우 최근 북미간 친서 교환 등으로 고조되고 있는 북미간 비핵화 대화 재개 기류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벤트가 될 수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국내 18개 주요 기업의 경영진과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직접 기획한 이번 행사에는 삼성·현대자동차·SK·LG·롯데·한화·GS·CJ·두산·신세계·동원·한국타이어·한진·네이버·농심·풍산·SPC·진원무역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기업들의 대미 투자에 사의를 표하면서 미국에 대한 투자 확대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의 무역갈등과 관련해 반(反)화웨이 캠페인에 대한 언급이 있을지도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 차량행렬이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친교 만찬을 마친 후 광화문광장을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