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또 무역전쟁 시작…”수습은 난망”

중국과 협상 장기화…사실상 한미FTA 개정만 ‘성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자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며 세계 무역질서의 ‘대격변’을 예고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국을 비롯해 주요국들과 ‘무역전쟁’을 벌여온 상황. 그러나 작년까지 미국은 10대 교역국 가운데 사실상 한국 1곳과만 무역협상을 끝냈을 뿐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에선 오히려 불확실성이 더 커진 형국이다.

◇중국 =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 미중 양국은 17개월째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당초 미중 양국은 지난달 칠레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 무역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을 일정부분 해소할 것으로 예상됐던 상황.

그러나 칠레가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를 이유로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취소하면서 미중 무역합의 서명도 연기됐고 양국 간 무역협상에는 다시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의 최대 교역국(전체 교역량의 15.7%)이었지만, 계속된 무역전쟁 탓에 올해 미국의 대(對)중국 교역량은 9월 현재 전체의 13.5%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중국의 순위 역시 멕시코·캐나다에 이어 3위로 밀려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과의 무역협상엔 ‘데드라인'(마감시한)이 없다. 선거(내년 대통령선거) 이후까지 (합의를) 기다리는 게 나을 수도 있다”며 미중 무역협상의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 =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의거, EU로부터 수입되는 자동차에 25% 세율의 추가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왔다.

이와 관련 미 상무부는 올 11월13일까지를 시한으로 6개월간에 걸쳐 관세부과 계획에 대한 검토 작업을 벌여온 상황. 그러나 미국이 실제로 수입차에 추가관세를 부과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이날 보도된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시한은 지났어도 수입차 관세 부과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는 앞서 ‘EU가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바름에 미 항공우주산업이 피해를 입었다’는 미국 측 주장을 인정, 그에 따른 미국 측의 무역보복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미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프랑스의 ‘디지털세’ 도입을 문제 삼아 프랑스산 와인·치즈 등 24억달러 규모 수입품에 최대 100% 관세를 추가로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양측의 긴장 또한 계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EU는 2018년 기준 미국의 최대 수출시장으로서 회원국인 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는 10대 교역국에도 속한다.

◇일본 = 미국은 작년 기준으로 670억달러 규모의 대일(對日)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자동차 부문의 적자 규모가 가장 커 일본산 자동차도 미국의 수입관세 인상 대상으로 거론됐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올 9월 양국 간 무역협정에 서명하면서 이 같은 긴장감도 한풀 꺾었다.

미중 무역협정에 따라 일본은 7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은 일본산 기계류·잠금장치 등에 대한 관세를 낮추거나 철폐하기로 했다.

그러나 양국 무역협상의 핵심 쟁점이었던 일본산 자동차 문제에 대해선 양국이 추후 협상을 이어가기로 해 그에 따른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멕시코·캐나다 =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불공정한 무역관행의 시정’을 이유로 재협상을 요구해온 무역협정이다. 그에 따라 미국과 멕시코·캐나다 3국은 지난해 나프타를 대체하는 미·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체결했다.

그러나 현재 미 의회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노동자와 환경을 보호하는 기준이 충분하지 못하다’며 USMCA 비준을 막고 있어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긴 마찬가지다.

◇인도 = 트럼프 대통령은 올 6월 인도에 대한 개발도상국 일반특혜관세제도(GSP) 적용을 중단했다. 자국과 인도 간의 무역불균형 문제 때문이다.

이에 반발한 인도는 아몬드·사과 등 미국산 수입품 28개 품목에 대한 관세를 올렸고, 양국은 아직 무역협상 타결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한국 = 트럼프 행정부가 10대 교역국들과의 무역협상 가운데 ‘가장 완벽한 합의’를 이뤘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는 건 바로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이다.

올 1월 공식 발효된 한미 FTA 개정 의정서엔 △미국이 오는 2021년 1월 폐지 예정이던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수입관세(세율 20%) 부과를 20년 연장하고 △한국이 미 정부 기준에 맞춰 미국산 자동차의 안전·환경기준을 완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