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네이도 생존자들 “폭탄 터진 듯”…”살아남은 것에 그저 감사”

절망감 흐르는 ‘쑥대밭’ 메이필드…야근 공장노동자들 대거 참변

10일 토네이도(회오리바람)가 휩쓸고 간 미국 중부 켄터키주의 메이필드는 한 순간에 쑥대밭으로 변한 모습이었다.

나무는 뿌리째 뽑혀 나가고 차는 뒤집히고, 건물은 무너지는 등 도시에서는 온전한 형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11일 외신이 전한 메이필드의 풍경은 슬픔과 절망, 비통함으로 가득 찬 분위기였다.

시내 중심가의 도로는 내려앉은 전선, 나뭇가지 등 각종 잔해물로 위험한 도로로 변했다.

한때 지역의 자랑이었던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은 산산조각이 났고, 법원도 탑과 시계가 무너졌다. 근처 교회는 지붕이 날아가 버렸다.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자신의 집 잔해를 들추며 건질만 한 옷가지와 소지품을 찾는 모습이 목격됐다.

주민 알렉스 굿맨 씨는 AFP통신에 “지역사회에 폭탄이 터진 것 같다”고 말했다. AFP는 메이필드의 풍경을 ‘세상의 종말과 같은 장면들’에 비유하기도 했다.

희생자가 다수 발생한 양초 공장은 잔해더미가 돼 버렸다. 공장의 존재를 말해주는 것은 갓 빤 빨래와 봄을 떠올리게 하는 아로마와 바닐라, 라벤더 향뿐이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가족 기업이 운영하는 이 양초 공장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작업이 한창이었다. 당시 약 110명이 야근 중이었으며, 구조된 사람은 40명뿐이다.

당시 근무 중이었던 카야나 파슨스 페레즈 씨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공장 건물이 무너지기 직전 “귀에서 펑 하는 소리가 났고, 몸이 흔들렸다”고 회상했다.

건물 잔해 속에 3시간 동안 갇혀있었던 그는 현장 상황을 페이스북 라이브스트림으로 남겼다. 그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다음날이 생일이었던 그는 웃으며 친구들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공장 주변에서 생존자 수색 작업을 하던 존 크렌쇼(37) 씨는 NYT에 “메이필드가 어떻게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장에서 밤샘 근무를 할 예정이었다는 자말 모건(25) 씨는 전날 “신의 은총으로 늦게 일어났다”고 했다. 그는 물 위를 달려 공장으로 출근하다 차를 돌려 귀가했고,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고교생 카일란 갈브레스(18) 군은 폭풍이 치는 동안 옷장에 숨어 위기를 면했다. 6, 8살 동생들은 어머니와 함께 또 다른 옷장에 숨었다.

폭풍은 5∼10분간 계속됐고, 집 지붕과 창문 등이 날아갔다. 남의 집 가족사진이 집안으로 날아들기도 했다.

그는 “그 당시 피해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며 “그저 우리가 살아남아 기쁘다”고 회고했다.

6년 전 메이필드로 이사 왔다는 D.J.스완트 씨는 폭풍이 심할 것이라는 당국의 경고를 접하고 지하실로 몸을 피했다고 한다.

그는 “그들의 말을 믿었고, 신에게 감사했다”고 말했다. 다시 올라왔을 때, 침대는 깨진 유리창 조각과 나뭇가지로 덮여 있었다. 발코니는 사라졌고 굴뚝은 무너졌다.

직원 최소 6명이 숨진 일리노이즈주 에드워즈빌의 아마존 물류창고는 거의 절반이 뜯겨나갔다.

이곳에서는 물류 대목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당시 최대 100명이 야간 근무를 하고 있었다. 소방당국은 45명이 안전하게 건물 밖으로 나왔으며, 적어도 6명은 사망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몇 명이 갇혀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는 트위터에 “에드워즈빌에서 온 소식은 비극적”이라며 “그곳의 팀원들을 잃은 것에 가슴 아프다. 그들의 가족,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기도하고 있다”고 애도했다.

[그래픽] 토네이도 미국 강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