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로퀸 먹고 사망?”…알고보니 어항 소독제

NBC뉴스 “애리조나 남성, 클로로퀸 복용후 사망” 보도

물고기 기생충약 먹어…백악관 “도넘은 가짜뉴스”비판

뉴욕서 24일부터 임상시험…부작용 위험도 있어 ‘우려’

 

NBC뉴스가 23일 단독보도로 “애리조나 남성이 트럼프 대통령이 추천한 코로나 치료제인 클로로퀸을 복용하고 숨졌다”고 보도했지만 사실은 같은 성분이 포함된 수조 소독제(Fish tank cleaner)를 먹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남성의 부인은 “대통령이 TV에서 말하던 그 약(클로로퀸)과 콜라를 함께 먹고 건강하던 68세 남편이 갑자기 응급실에 실려가 사망했다”면서 “나도 함께 그 약을 먹고 사경을 헤맸다. 대통령과 그의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아무 것도 믿지 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뉴스를 보도한 기자는 방송 말미에 이 남성이 복용한 것은 클로로퀸 성분이 포함된 수조 소독제였다고 밝혔다. 이 수조 소독제는 물고기의 기생충을 죽이기 위해 클로로퀸 성분을 갖고 있기는 해도 처방약과는 다른 방식으로 제조되기 때문에 절대 복용해서는 안된다. 이들 부부는 코로나19에 감염됐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자가 치료에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해당 뉴스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디렉터인 댄 스캐비노는 “대통령을 싫어하는 미디어와 반대진영이 이 어려운 팬데믹 시기에 미국인을 오도하기 위해 이런 조작까지 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언론 브리핑에서도 클로로퀸을 ‘게임체인저’로 언급하며 기대를 나타냈다. 이번에는 미국에서 임상시험에 들어간다는 내용이다.

지난 22일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24일부터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쿠오모 주지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4일 시작될 임상시험을 위해 7만 회 분량의 히드록시클로로퀸과 1만회 용량의 아지스로마이신(제품명 지스로맥스정) 및 75만회 분량의 클로로퀸을 시험하기 위해 주와 협력중이라고 밝혔다.

히드록시클로로퀸은 클로로퀸의 유사체로 클로로퀸의 독성을 줄인 약물이다. 한국 등에 출시된 복제약은 대부분 히드록시클로로퀸이 주 성분이다. 히드록시클로로퀸은 지난 2005년 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 발병 당시 치료 효과가 보고됐으며 코로나19의 유력한 치료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제네릭(복제약)을 생산중인 밀란과 테바제약 그리고 노바티스는 히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일 경우에 대비해 대량 생산에 들어갔으며 수백만정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클로로퀸은 이미 몇몇 국가에서 코로나19 치료에 시범적으로 쓰이고 있다. 중국 과학기술부는 지난달 코로나19 환자 13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클로로퀸이 환자들의 증상을 개선하고 바이러스 사멸 속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의사의 판단아래 코로나19 환자에게 칼레트라와 병용해서 처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프랑스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이 발표됐다. 연구진들은 지난 17일 히드록시클로로퀸과 항생제인 아지트로마이신 병용시 항바이러스 효과 더욱 커진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국제화학요법학회 학술지인 IJAA에 보고했다.

임상시험에서 히드록시클로로퀸을 투약한 환자 20명은 치료 6일 만에 바이러스가 현저히 감소했으며 이지스로마이신을 함께 투약했을 경우 바이러스 제거 효과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진은 아직 공식적인 코로나19 치료법으로 사용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부작용을 비롯한 안정성이 완전히 입중되지 않은 까닭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미국 전문가들은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FDA도 아직 정식으로 권고하진 않고 있다. 안토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임상시험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고 통제된 임상시험에서 이루어지지 않아 확실하게 언급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클로로퀸은 말라리아와 루프스, 류마티스 관절염에 효과가 입증됐으나 주의가 필요하다. 중국 연구진에 따르면 하루 권장량의 2배 이상 복용시 치명적일 수 있다. 아지스로마이신은 기관지염, 폐렴, 부비동염, 중이염, 성병 등의 감염증 치료에 사용되는 항생제다. 세균의 단백질 합성을 억제한다.

그러나 의사 지도 없이 투약할 경우 부작용 위험이 있다. 매우 드물게 청각손상이 오거나 근육 및 간 손상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신장이나 간 질환을 앓는 사람들에게는 쓰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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