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투자자’ 성희롱 한마디에 27억불 날려

켄 피셔, 비공개 컨퍼런스서 말실수

“신규 고객 확보=술집서 여자 물색”

공무원연금 등 계약해지 통보 ‘봇물’

 

 

최근 #미투(MeToo) 운동이 월가에서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글로벌 투자업계의 큰손 켄 피셔(사진)가 성희롱 발언을 했다가 27억달러(약3조1690억원)에 달하는 운용자산 증발을 겪은 것.

사건은 지난 8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한 비공개 콘퍼런스에서 시작됐다. 알렉스 찰레키안이란 한 남성 참석자가 피셔의 높은 수위의 성희롱 발언에 놀라 당시 피셔의 발언을 녹취한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26일 AFP에 따르면 피셔는 영상에서 “여성의 생식기(genitalia)에 대해 자연스럽게 말하지 않으면 금융권에서 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것을 술집에서 여자를 물색하는 것에 비유하기까지 했다. 찰레키안은 “피셔의 발언은 끔찍했다”며 당시 콘퍼런스에 참석했던 일부 여성들도 나중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후 피셔는 “우리 회사 혹은 업계에서 그런 식의 말을 해서 안된다고 깨달았고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번 뱉은 말은 되돌릴 수 없었다. 운용자산 940억달러에 달했던 피셔인베스트먼트는 피셔의 발언으로 보스턴 시당국을 포함해 상당한 대형 고객들을 잃었다. 뉴햄프셔 퇴직연금, 미시시피 공무원 퇴직연금 등 6곳의 정부 연금을 포함해 8개의 기업 고객이 피셔와의 계약 종료를 통보한 것이다.

CNBC에 따르면 피셔의 성희롱 발언이 전해진 이후 며칠 사이 피셔인베스트먼트에서 27억달러 넘는 돈이 빠져 나갔다. 골드만삭스까지 피셔와 계약 중지를 밝히면서 2억3400만달러 자금이 유출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도 지난 21일 피셔에 운용을 맡겼던 자금 5억달러를 회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델리티 대변인은 “매우 부적절한 피셔의 발언에 대해 우리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피셔의 관점과 우리 회사의 가치관은 다르며 우리 회사에서는 그런 식의 발언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월가는 통상 성적인 발언의 수위가 높기로 악명높다. 매스차트파이낸셜서비스의 그레고리 볼로하인 대표는 금융계에서 피셔의 발언이 완전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모두가 미투운동과 환경 및 사회 이슈,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며 일거수 일투족을 살피고 있다는 점이라고 볼로하인 대표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