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치료제 곧 생산?”…아직은 ‘희망고문’

FDA, 임상1상부터 승인까지 평균 8년, 성공확률은 9.6%

각국, 코로나 관련 검증기술은 독성검사 면제해 시간절약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코로나19 백신 또는 치료제 개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 눈에 띄는 용어가 있다. 바로 ‘임상시험’이다.

아무리 약효가 좋아도 ‘임상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시판이 불가능하다. 약효 뒤에 숨겨진 부작용이 오히려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서다. 필수적으로 안전성과 약효를 충분히 검증하는 과정이 임상시험이다. 코로나19 후보 약물이 단기간에 출시되지 못하는 이유도 이러한 임상시험 때문이기도 하다.

◇의약품 임상1상부터 승인까지 평균 8년에 성공확률은 9.6%

임상시험은 약효와 안전성 입증을 위해 전향적연구 방법을 사용한다. 약효나 안전성 등 알고자 하는 사안에 대해 계획을 세워 환자를 모집하고 시험을 진행하는 방법이다. 변수들에 대한 통제가 가능해 연구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임상시험은 신약개발 과정에서 가장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그만큼 성공 확률도 낮다. 지난 2018년 생명공학정책센터가 공개한 의약품 유형별 개발 특성에 따르면 임상1상에서 FDA 승인을 통과하는 신약승인 성공률은 9.6%다. 임상 단계별로는 임상1상의 성공 가능성은 63.2%이고, 임상2상이 30.7% 그리고 임상3상은 58.1%로 나타났다.

2010년 ‘네이처 리뷰스 드럭 디스커버리(Nature Reviews Drug Discovery)’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1개의 신약개발에 평균적으로 14년이 걸리고 비용은 약 17억8000만달러(약 2조2000억원)가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계별로 보면 발굴 연구에 4.5년, 전임상 시험에 1년, 임상개발에 1상은 1.5년, 2상과 3상은 각각 2.5년, 그리고 승인신청에서부터 시장출시까지 1.5년이 걸린다.

일반적으로 약물 후보물질 중 전임상에 들어가는 물질은 50개 정도다. 이중 임상시험을 거치면서 최종 신약승인을 받는 후보는 1개뿐이다.

◇전임상시험은 동물 대상 실험 단계, 임상1상부터 사람대상

전임상시험은 사람에 대한 후보 물질의 안정성과 효과를 확인하기 전에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생화학적 실험을 수행하는 단계다. 일반적으로 동물에 투여하기 전에 시험관내(in vitro) 환경에서 우선 효력을 확인하고 이후 생체내(in vivo) 시험에 들어간다.

가령 항암제를 개발한다면 대상 동물에 표적으로 하는 암을 일으킨 후 약을 주입해 치료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또한 치료제를 어느 수준까지 투약해도 문제가 없는지 또는 어느 수준 이상으로 투약했을 때 효과가 나타나는지 등을 알아보는 독성시험도 진행된다.

임상1상 시험은 주로 건강한 사람들 20~80명을 대상으로 시험한다. 이를 통해 독성, 인체흡수 및 배출 등 체내에서의 대사과정을 알아보는 단계로 치료 효능과는 직접적인 관계는 적지만 약물을 사람에게 안전하게 투여할 수 있는 용량을 평가한다.

임상1상뿐 아니라 모든 임상 단계는 규제기관에 임상시험계획승인신청(IND)을 승인받아야 한다. 규제기관은 서류 접수 후 전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성 및 부작용 여부를 면밀히 검토한다. 뿐만 아니라 약의 작용기전이나 구조 등 약물에 대한 검토도 함께 이루어진다.

◇임상2상에서 3분의 2가 실패…희귀의약품 임상2상 결과로 시판허가 신청도

임상2상은 비교적 증상이 가벼운 환자들을 대상으로 투여하는 경우가 많으며 효과 및 부작용을 검사한다. 일반적으로 참여하는 환자는 100명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으며 용량별·용법별로 시험해 최적의 효과를 알아보는 과정을 거친다.

환자들을 그룹별로 위약(가짜약)과 ,고용량, 저용량으로 구분해 투약하는 경우가 많다. 부작용이 적고 약효가 뛰어난 용량을 찾는 과정이다. 기존 보고서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약 3분의 2가 실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귀의약품 등과 같이 치료제가 절실한 분야에서 임상2상 결과만으로 시판허가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임상3상, 규모·비용 가장 커…임상3상 완료후 신약허가신청 접수

임상3상 시험은 많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가능한 많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안전성 및 약효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임상시험 과정에서 가장 규모가 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여러 국가에서 이루어지는 임상시험의 경우 참여 환자가 수백에서 수천 명까지 늘어나기 때문이다. 임상3상 단계에 들어가는 비용은 전체 신약개발 과정에서 약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임상3상에서는 약물을 장기간 투약했을 경우에 대한 시험이 진행된다. 따라서 임상시험도 보통 1~2년의 관찰기간을 갖는다. 임상3상은 약효와 안전성이 어느 정도 검증된 후 진행된다. 임상3상 시험을 통해 구체적인 약효, 용법 등을 결정한다.

임상시험이 3상까지 완료되면 신약허가신청(NDA)을 접수해 이에 대한 심사 과정을 거쳐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다. 품목허가를 획득하면 시장에 시판이 가능하다.

◇임상3상 후 품목허가 받으면 시판 가능…시판 후 임상4상 진행하기도

FDA의 경우 일반적으로 10개월, 우선심사의 경우에는 6개월 이내에 결정한다.

심사 후 허가를 받으면 바로 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심사 중 규제기관으로부터 보완요청이 있을 경우 개발사는 추가적인 데이터를 보내야 한다.

또한 시판 후에도 임상4상을 통해 검증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임상시험을 마치고 판매중인 의약품도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식약처와 FDA 등 대부분의 규제기관들은 승인 이후에도 장기간 추적조사를 통해 약물이 안전하다는 증거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코로나19, 각국 검증된 기술은 독성검사 면제해 시간절약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 또한 임상시험을 거쳐서 시판된다. 현재 유력한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후보물질로 거론되는 약물도 임상시험을 거쳐 출시될 예정이다.

미국과 중국 등 각국은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시간을 줄이기 위해 임상 절차를 간소화하고 어느 정도 안전성이 검증된 약물이나 기술에 대해서는 독성검사를 면제해 주는 등 여러 행정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전염병이라는 특성상 시간 내 개발을 완료해야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는 개발이 들어간지 2개월만에 임상1상 시험에 들어갔다. 지난 2일에는 곧 임상2상을 앞두고 있다고 발표했다. DNA 백신 치료제를 개발 중인 미국 이노비오는 이르면 이번 달부터 임상시험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국적제약사 존슨앤존슨도 9월에는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국내 정부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행정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우리나라는 이와 같은 행정절차가 없어 모든 임상시험에 앞서 독성 시험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 독성시험은 4~6개월이 걸린다.

식약처는 지난달 27일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준비 중인 제약사를 대상으로 별도의 상담 창구를 운영, 제품화를 신속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코로나19 관련 의약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는 임상시험에 대한 ‘우선·신속 심사’를 시작했다. 또한 임상심사위원회(IRB) 행정 절차도 간소화된다.

성재준 뉴스1 바이오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