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치료제는 상반기, 백신은 내년초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현황 총정리

치료약-백신 모두 임상단계 진입…치료제 출시가 빠를 전망

코로나 소멸에 치료제·백신 모두 필요, 대체재 아닌 보완재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박멸하기 위해 치료제와 백신 개발 경쟁이 뜨겁다. 최근 유력한 백신·치료제 후보 물질들이 잇따라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등 가시적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환자들이 사용하기까지는 앞으로도 수개월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약효와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하기 위한 임상시험 특성상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약효가 뛰어나도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면 신약으로서 의미가 없다.

조셉 킴 이노비오 대표가 지난 2월 ‘제11회 바이오리더스클럽’ 조찬행사에서 ‘코로나19 신약개발 전략’ 관련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렘데시비르 클로로퀸 등 치료약 임상 단계…이르면 다음 달 결과 도출

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가장 유력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는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와 ‘클로로퀸’ 및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꼽히고 있다.

지금처럼 코로나19 대유행기에는 새로운 약물을 개발할 시간이 없다. 기존 약물을 활용하는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해야 하는데, 에볼라치료제 렘데시비르와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 등이 여기에 속한다.

렘데시비르는 지난 4일 급증하는 수요에 맞춰 올해 연말까지 생산량을 100만회 투약 가능한 분량을 추가로 생산한다고 밝혔다. 기존의 재고 150만회 분량으로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렘데시비르는 1월 미국에서 중증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투약한 결과 단 하루 만에 증세가 호전되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 중국을 시작으로 현재 글로벌 임상3상 시험을 통해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안전성 및 약효 평가를 진행 중이다. 렘데시비르는 이르면 다음 달 임상시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돼 현재 코로나19 치료제 중 가장 먼저 나올 확률이 높다.

클로로퀸은 이미 지난달 29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긴급사용승인(EUA)을 획득했다. 클로로퀸은 말라리아 약으로 이번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과 프랑스에서 일부 환자들을 대상으로 효과를 보였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언급하면서 유력한 치료제로 주목받았다. 국내 방역대책본부 또한 지난달 24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해 코로나19 예방과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클로로퀸의 유사체로 독성을 줄인 약물이다.

클로로퀸은 현재 미국 뉴욕 주에서 대규모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국내 아산병원에서도 클로로퀸에 대한 치료 가능성을 확인하기위해 연구자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현재 렘데시비르와 클로로퀸 모두 동정적 사용과 같은 제도를 통해 예외적으로 일부 위급한 환자들의 치료에 쓰이고 있다. 일반 코로나19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 및 약효를 평가한 후 정식으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렘데시비르가 다음 달 임상3상 예비 결과를 보고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빠르면 올해 가을 쯤 상용화가 가능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더나·이노비오 백신 임상 단계…백신·치료제는 전염병 치료에 필수

백신은 치료제보다 개발진행이 상대적으로 느릴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여태 보고된 적 없는 새로운 바이러스 종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감염병에서 치료제와 백신은 모두 질병 통제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치료제가 환자의 증세를 완화시키고 노약자나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에서 2차감염을 억제 한다면 백신은 사전에 감염증을 대응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이승규 한국 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백신과 치료제는 서로 역할이 달라 함께 개발돼야 한다”며 “치료제가 먼저 나왔다고 백신 수요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치료제와 백신이 서로 대체재라기 보다는 보완재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백신은 건강한 상태에서 질병에 걸리기 전에 면역체계를 활성화시켜 질병을 예방한다. 그러나 일부 원인 질병을 선택적이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치료용 백신’도 존재한다.

현재 코로나19 백신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모더나테라퓨틱스와 이노비오(INOVIO)다. 이노비오는 한국계 조셉 킴 대표가 이끄는 바이오벤처로 지난 2월 한국 ‘제11회 바이오리더스클럽’에서 ‘코로나19 신약개발 전략’ 관련 기조발표를 통해 올 봄 전임상 완료 후 미국과 한국, 중국 등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빌 게이츠가 개발을 지원해 더욱 화제가 된 이노비오의 DNA 백신은 세포에 직접 유전물질을 주입해 면역반응을 일으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세포의 상호작용을 억제한다. 코로나19의 유전물질인 RNA를 억제해 치료한다는 원리로 치료용 백신에 포함된다.

모더나 테라퓨틱스는 지난 3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mRNA-1273’이 사람을 대상으로 첫 임상1상 시험에 들어갔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에서 임상시험까지 진입한 사례로는 처음이다.

mRNA-1273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해 세포 감염을 억제하도록 개발된 백신이다. 국제기구인 ‘전염병 대비 혁신연합(CEPI)’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와 함께 개발 중이다.

DNA 백신을 개발 중인 이노비오 또한 6일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INO-4800’의 임상시험 개시를 알렸다. 이노비오는 건강한 성인 40명을 대상으로 같은 날 첫 투약을 시작했으며 늦여름 정도에는 임상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기업 백신 모두 첫 임상이라 올해 안으로 상용화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안은 혈장치료?…완전한 치료제 아냐

완치된 환자로부터 혈장을 뽑아 환자에게 주입하는 혈장치료도 위급한 환자들에게 사용 가능한 치료법이다. 국내에서도 중증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혈장치료가 시행됐으며 우리에 앞서 중국과 미국에서도 시행됐다.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팀은 지난 7일 코로나19 위중 환자 두 명에 대한 혈장치료가 성공을 거뒀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완치 후 2주 지난 사람의 혈장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 2명은 기존 항바이러스제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된 첫 사례다.

이들은 혈장 투여와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은 후 면역 활동을 하는 림프구 수가 다시 회복되고 바이러스 농도가 감소하는 공통점을 보였다. 최종 진단검사 결과 2명 모두 음성 판정을 받고 그중 한명은 퇴원했다.

그러나 혈장 치료는 아직 그 효과가 의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처럼 치료제 등 대안이 없는 경우에 효과를 볼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7일 브리핑에서 “확실한 치료제나 백신이 아직 없는 상태에서 (혈장 치료가) 특별히 중증환자의 치명률을 낮추는 데 상당히 중요하다”며 “회복기 혈장 투입 관련 지침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벌써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는 기업들도

한편 이번 코로나19 이후 다가올 전염병을 대비하는 기업도 있다.

전통적인 백신부문 강자인 다국적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는 6일(현지시간) 비르바이오와 함께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항체 의약품을 개발하면서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적용 가능한 백신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GSK는 지분 매입 방식으로 비르바이오에 2억5000만달러(약 3072억원)를 투자했다.

양사는 GSK의 면역학적 전문성과 비르바이오의 독자적인 단일클론항체 플랫폼 기술을 이용해 코로나19 뿐 아니라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에도 치료 및 예방에 쓰일 수 있는 새로운 항체를 개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