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뉴노멀] “집밥의 부활…식탁이 달라졌다”

“국·찌개서 한 가지 요리로…”고품질 먹거리에 지갑 열 것”

“코로나19가 언젠가 끝나겠지만 그 이전 세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코로나19’가 소비자의 일상과 행동을 바꾸고 있다. 지금 물밑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들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시리즈로 살펴본다./편집자주

# 직장인 김인수씨(가명)는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한 가지 좋아진 점으로 가족들과 집밥을 먹는 시간을 꼽는다. 마스크 사용과 외출 자제는 불편하지만,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식사는 소소한 행복이다. 대신 아내의 부담을 덜기 위해 식사 때 국·탕·찌개 대신 한 가지 요리에 간단한 반찬으로 해결한다. 설거지나 빨래 같은 집안일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코로나19가 식탁의 풍경까지 바꿔 놨다. 가족들이 식탁에 모여 밥을 먹는 횟수가 늘었다. 줄어든 외식 대신 집밥이 부활한 셈이다.

식탁 위 메뉴도 처음엔 가정간편식(HMR)이 주를 이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건강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 국·탕·찌개처럼 상다리가 부러질 듯 차리기보다는 메인 요리에 샐러드 등 반찬이 나오는 식으로 변화했다.

황희영 오픈서베이 대표는 “간편식 시장이 성장하면서 꾸준히 감소해온 집밥, 즉 내식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반등했다”고 말했다.

이어 “확진자가 폭증했던 시기에는 간편식으로 식탁을 채우는 경우가 크게 늘었으나, 경각심이 가라앉고 장기화 전망이 자리 잡은 시기에는 내식 비중이 더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초기 곧 끝나리라는 생각에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하고자 했던 것이, 상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자리 잡으면서 좀 더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형태로 변화한 것이다.

집밥을 더 먹게 되면서 필요한 영양을 섭취하면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메뉴 구성도 달라졌다. 국·탕·찌개가 구성에서 빠지고 구이류·볶음류 등 조리가 상대적으로 간단한 메인 메뉴가 상에 많이 오르는 트렌드가 나타났다.

실제 한국인의 식생활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오픈서베이 메뉴 트래커에 따르면 100개 식단에 올라가는 국·탕·찌개 개수는 지난해 3월 26.11개에서 올해 3월에는 23.10개로 3.01개 줄었다.

반면 신선채소 가짓수는 같은 기간 5.08개서 5.63개로 0.55개 늘었고, 과일류 가짓수도 11.26개서 12.75개로 1.49개 증가했다.

황 대표는 “집밥을 해 먹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며 “워킹맘 식단의 특징은 하나의 메인 메뉴를 먹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탕·찌개 대신 한 끼에 하나의 메인요리”라고 언급했다.

이외에 단백질 섭취를 위해 외식으로 먹던 소고기와 삼겹살을 집에서 구워 먹고 보관과 요리가 간편한 오리고기 등의 육가공품을 먹는 경우도 늘었다.

지난 2월 둘째 주에 전월 대비 취식이 증가한 한식 요리 반찬 메뉴 상위 5개 가운데 돼지고기구이와 삼겹살구이가 각각 4, 5위를 차지했다.

황 대표는 “코로나19가 안정화되면서 다시 출근하고 외출을 시작하지만, 이전보다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식사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며 “다른 지출이 줄고 상대적으로 식료품 지출이 늘면서 고품질 먹거리에 지갑을 더 많이 열게 될 것”이라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과일은 신선하고 품질 좋은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산지직송 선호가 높아지고 있고, 정육 또한 비싸더라도 품질 좋은 상품을 선택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보양 및 기능성 식품에 대한 수요도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기존 레토르트형 간편식보다 품질과 신선도를 높인 밀키트를 찾는 소비자도 늘어날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본래 식습관 변화는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일어난다”면서도 “코로나19는 한국인 소비자의 식습관 및 식단에 있어서 지난 4년간의 변화를 한 두 달 사이에 압축한 것보다도 더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