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버스 타는 한인들’ 기사, 알고보니…

뉴욕 방송국 아시안 빈곤문제 취재, 5년전 화면 ‘재활용’

같은 한인 이름 다시 등장…카지노 이름은 이미 바뀌어

“한인타운인 뉴욕 퀸즈 플러싱에서 매일 출발하는 펜실베이니아 베들레헴 샌즈 카지노(Sands Casino) 버스에 한인 노인들이 탑승하는 이유는…”

지난 10일 뉴욕 ABC 방송에서 보도(링크)한 아시아계의 빈곤문제에 대한 스토리이다. 방송에 따르면 뉴욕에 거주하는 한인 전상기씨는 매일 4시간씩 버스를 타고 펜실베이니아 카지노를 찾는다. 전씨가 버스를 타는 이유는 게임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버스에서 내리면 카지노 측이 제공하는 45달러짜리 게임 카드를 받기 위한 것이다.

방송에 따르면 전씨는 이 카드를 현장에서 다른 방문객들에게 할인된 가격인 38달러에 판매하고 자신은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왕복 버스요금이 20달러이기 때문에 18달러만 남게 되고, 이 18달러가 전씨의 하루 벌이의 전부가 된다.

방송은 “전씨와 같은 이유로 카지노 버스에 매일 타야하는 한인과 중국계 노인 등이 300~400명에 이른다”면서 “뉴욕시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계 5명 가운데 1명은 극빈층으로 분류된다”며 아시아계 빈곤문제가 심각해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스토리가 이미 5년전에 방송됐던 내용의 ‘재탕’이라는 것이다. 같은 방송의 같은 기자는 지난 2016년 12월1일자 보도(링크)를 통해 한인 전상기씨의 카지노 버스 이야기를 방영했는데 지난 10일 방송에서 이 화면을 그대로 사용했다. 10일 방송 화면에는 캡션으로 ‘코로나19 이전에 촬영됐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5년전 화면이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또한 10일 방송에서 언급한 베들레헴 샌즈 카지노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샌즈 카지노는 지난 2019년 ‘윈드 크릭 카지노’로 이름을 바꿨지만 방송은 이를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했다. 게다가 뉴욕시와 윈드 크릭 카지노 버스 왕복요금은 5년새 크게 올라 현재는 50달러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일부 한인 지역언론은 이 방송의 보도를 인용해 그대로 기사를 작성했고, 지난 2016년에도 똑같은 내용을 비슷한 제목으로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펜실베이니아 윈드크릭 카지노/Credit: Wind Creek Cas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