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실종 선원들 생존신호 단독보도 어떻게?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눈 짧은 대화가 단서

구조요원 “좋은 소식이 있다”며 정보 제공

 

지난 8일 새벽 조지아주 브런즈윅항 인근에서 뒤짚힌 현대글로비스 소속 골든레이호 실종 선원 구조작업이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미 해안경비대 구조팀는 준비와 진입, 구조 등 12시간 가량의 사투를 통해 실종 한국인 선원 4명을 모두 안전하게 구조해냈다.

이와 관련, 해안경비대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구조작업을 벌인 배경에 8일 저녁 응급구조팀이 감지한 선박 내부의 생존 신호음이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 링크).

애틀랜타 K 뉴스는 구조팀이 선박 외부에서 표면을 두드려 보낸 신호음에 내부 선원들이 응답 신호음을 보냈다는 사실을 근거로 이들이 생존해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8일 오후 8시30분 최초로 보도했다.(본보 기사 링크)

본보 보도는 엘리베이터에서 구조팀 관계자와 김영출 잭슨빌 한인회장 등 한인 봉사자 2명이 나눈 짦은 대화가 단서가 됐다. 이날 김회장은 애틀랜타총영사관의 요청으로 구조된 선원과 총영사관 관계자들의 점심식사를 준비해 사건 현장을 찾았다.

평소 기자와 친분이 있던 김회장은 현장 상황을 설명해준뒤 자신이 찍은 사진을 텍스트로 전송해줬다. 그런데 잠시 후인 오후 8시경 김회장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조금 전 호텔(비상대책본부가 설치된 엠바시 스위츠) 엘리베이터에 함께 온 한인목사 한분 및 빨간 옷을 입은 구조팀 관계자와 함께 탔는데 나를 알아보고  ‘좋은 소식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무슨 소식이냐고 다그쳐 묻자 김회장은 “직접 골든레이호에 올라타서 내부에 생존자가 있는지 신호를 보내고 온 요원이었는데 그의 말로는 두 차례 신호를 보냈는데 모두 응답 신호가 되돌아왔다고 하더라. 자신이 보기엔 모두 생존해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이 구조요원이 처음으로 신호를 보낸 것은 선체안정이 가능해진  이날 오후 6시30분경이었다.

전화를 끊고 곧바로 기사를 작성해 오후 8시30분경 “실종 골든레이호 선원들 모두 무사한 듯” 단독기사를 내보냈다. 기사가 나간지 얼마 되지 않아 총영사관 관계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기자님, 그걸 어디서 확인하신거지요?”라는 질문이었다. 다른 미디어들에서 확인을 요청하고 있는데 총영사관측에서는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일단구조팀 요원에게서 나온 이야기이니 확인해보라며 전화를 끊었다.

오후 10시경 지역 뉴스인 ‘브런즈윅 뉴스’에서 본보와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해당 구조요원이 설명해준 생생한 내용 대신 간단하게 “안에서 응답신호음이 감지돼 4명중 최소한 일부는 생존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도였다. 구조요원이 아니라 대변인 등 대책본부 관계자가 설명해준 것으로 보였다.

이후 미 전역 미디어에 비슷한 내용이 보도되기 시작했고, 한국 외교부는 다음날인 9일 오전에야 이같은 내용을 공식 확인했다. 기자에게 이같은 내용을 전해준 김영출 회장은 “미국 언론들은 자유롭게 취재를 하고 있는데 한국측은 보도를 원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총영사관에서 불편해 하는 것 같아 오늘(9일)은 연락도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운데 빨간 옷을 입은 사람이 문제의 구조요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