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국 정치 싸움터된 애틀랜타한인회관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 강연행사, 한국에서도 논란

우파단체 행사 잇달아 열려…한국 정치권 줄대기 ‘눈살’

애틀랜타한인회관이 지난 25일 열린 한 행사 덕분에 한국의 주요 뉴스에서 집중적으로 부각됐다.

이날 북미주자유수호연합이라는 단체가 한국 여당인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을 초청해 가진 특별강연회에서 김 최고위원은 “전광훈 목사가 한국 우파진영을 전부 천하통일했다”고 발언했다.

한국 언론은 ‘애틀랜타 한인문화회관’이라는 명칭이 선명하게 보이는 행사 사진과 동영상을 소개하며 “이달 중순에도 전 목사가 주관하는 예배에 참석해 ‘5.18 정신 헌법수록에 반대한다’고 발언했다가 공개사과한 김 최고위원이 또 문제를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이날 행사에는 200명 이상이 참석했으며 플로리다와 테네시, 텍사스 등에서 찾아온 한인 인사들로 인해 마치 선거 유세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날 강연의 주제는 ‘재외동포청 설립의 의의’였고, 첫 축사를 맡은 박선근 한미우호협회장은 “한국 여당의 최고위원이 왔으니 미국에 살고 있는 코리안아메리칸의 목소리를 잘 듣고 돌아가 동포 정책에 반영해주고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후 참석자들의 발언과 김 최고위원의 강연은 이같은 당부와는 거리가 먼 ‘종북 좌파’ 비판과 ‘윤석열 대통령 수호’ 등 정파적인 내용 일색이었다. 이들에게 민주노총은 도둑질과 강도를 일삼는 종북 좌파 집단이며,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간 좌파들은 북한과 중국에 굴종하는 세력이었다. 이같은 주장에 정치적인 판단을 내리고 싶지는 않지만 미국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이민자들이 왜 이같은 주장을 들어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이 드는 순간이었다.

더욱 근본적인 질문은 미국에서도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비당파-비영리단체 애틀랜타한인회가 관리하는 한인회관에서 왜 이런 행사가 열려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인사는 평화의 소녀상 한인회관 설치에 대해 “애틀랜타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공간에 논란이 있는 조형물을 세울 수 없다”고 반대했었다. 같은 인물이 같은 공간에서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행사를 개최한 셈이다. 게다가 애틀랜타한인회장을 비롯한 한인단체 지도자들이 이같은 행사에 대거 참석한 것도 적절한 행동인지 의문이 들었다.

이날 행사에는 김재원 최고위원 외에도 전 대구시 의원과 그저 ‘국민의 힘 당원’이라고만 소개된 여성이 함께 참석해 인사를 했다. 해당 여성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측근이라는 전언이 있었지만 확인된 사항은 아니다. 이들은 애틀랜타 행사만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으며 토네이도 등 악천후 탓에 일정보다 하루 늦게 한국으로 떠났다. 미주 순회행사도 아닌데 일방적인 정파적 주장을 듣기 위해 이들을 부른 것은 정치권 ‘줄대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실제 차기 민주평통 애틀랜타협의회장 물망에 올라 있는 인사들은 김 최고위원에게 눈도장을 찍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 행사 다음날인 26일 애틀랜타한인회관에서는 또다른 우파단체의 창립기념식이 열렸다. 한 한인 단체장은 “정권 교체 이후 우파 한인단체들이 속속 결성되고 있고 관련 행사가 한인사회에서 자주 열리고 있다”면서 “‘애틀랜타 한인문화회관 대신 애틀랜타 한국정치회관으로 이름을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윤나정씨
김재원 최고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