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코리아타운 때문에 ‘어글리 코리안’ 만들려나”

수준 낮은 정치력에 ‘생색내기’ 집착하다 망신 당해

민감한 사안, 준비도 없이 덤비다 사실상 물 건너가

메트로 애틀랜타 최대 한인타운인 귀넷카운티 정부의 공보관(Media Manager)이 지난 25일 애틀랜타 K 대표 이메일 주소로 한글 제목으로 된 메일을 보내왔다.

메일의 내용은 본보가 지난 23일 보도한 “둘루스 코리아타운, 귀넷 CID와 논의해야” 제하의 기사가 부정확(inaccuracy)하니 가능하면 기사를 내려줄 수(take down)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 기사는 애틀랜타조지아한인상공회의소(회장 이홍기) 산하 코리아타운 지정 태스크포스(위원장 미쉘 강)가 귀넷카운티 정부 수장인 니콜 러브 헨드릭슨 카운티 의장과 오찬을 갖고 의논했다는 내용을 정리해 보내온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어떤 내용이 부정확한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다시 문의를 했더니 카운티 관계자로부터 “헨드릭슨 의장은 이날 모임이 코리아타운 문제에 대한 의논인지 전혀 몰랐으며 한인상의와의 친목 모임인 줄만 알고 참석했는데 관련 내용을 논의한 것 처럼 보도가 됐다”고 답해왔다.

즉, 공식적인 합의도 없는 상태에서 귀넷카운티 최고 공무원이 한인상의 및 태스크포스와 코리아타운 문제를 논의한 것 처럼 일방적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태스크포스 측은 “오찬모임에서 둘루스 지역에 코리아타운을 설립하는데 정부의 도움을 요청했으며 둘루스의 한 도로를 ‘코리안 불러바드’로 지정해줄 수 없느냐고 문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한인인사들이 지적해왔듯 귀넷카운티에서 코리아타운을 지정받는 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중국계와 베트남계 등 다른 아시아계와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하고, 소수계의 약진이 이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카운티 의사결정 통로의 곳곳에는 기존 백인 기득권층이 포진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실제 한인상의의 일방적인 보도자료에 대해서도 주요 백인 관계자가 강력히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상의와 태스크포스는 이러한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귀넷카운티 정부 관계자들만 만나면 코리아타운 지정을 도와달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한편 사적 모임까지 ‘코리아타운 논의 행사’로 둔갑시켜 언론에 보도를 요청해왔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된다고 주류사회에 대한 정치력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충분한 마스터플랜과 중장기적 시간표도 없이 ‘용감하게’ 덤벼들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수준 낮은 정치력과 정치인들과의 만남을 ‘생색내기’로만 활용하는 전략으로는 코리아타운을 결코 성사시킬 수 없다.

한인상의로부터 코리아타운 추진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던 한 원로인사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이 사람 저 사람 접촉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코리아타운의 구체적인 설립 목적과 비전도 없는 것 같았는데, ‘그저 한인사회에 좋은 일이니까 한다’는 순진한 생각만으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애틀랜타 K는 기사를 내려달라는 귀넷카운티의 요청을 정중히 거절하고 “카운티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반론을 추가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카운티 측은 “헨드릭슨 의장이나 커미셔너, 그리고 다른 공직자들에 대한 인터뷰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알려달라”고 전해왔다. 어쨌든 이번 귀넷카운티 수장이 관련된 이번 보도자료 파문 탓에 원로인사의 말대로 애틀랜타 한인사회의 코리아타운 추진은 당분간 어려워질 것 같다.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