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사회를 보니 더 걱정스럽네요”

애틀랜타한인회, 소송 여파로 이사진 구성 난항

이사회비 납부 ‘제로’…외부 모금은 엄두도 못내

대표단체 위상 잃어…결단 안내리면 좌초 우려

제34대 애틀랜타한인회(회장 김윤철)가 지난 18일 저녁 이사회를 발족하고 이사진과 첫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예상했던 대로 어영갑 33대 자문위원장이 이사장을 맡았고 권기호 33대 이사장은 자문위원장이 돼 서로 자리를 맞바꿨다. 여기에 이날 신설된 법사위원장에 김일홍 33대 회장이 임명되면서 한인회 소송 당사자들이 모두 중책을 맡게 됐다.

이날 첫 이사회에는 13명의 이사들이 참석해 한사람씩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부 이사는 김윤철 회장과 같은 교회 출신인 듯 “장로님이 도와달라고 하셔서…”라고 인사했고, 몇몇 인사들은 “부회장이 오라고 해서 왔다”고 참석 이유를 밝혔다.

이사회는 이날 2명의 부이사장과 1명의 총무이사를 선임했는데 참석자는 부이사장 1명 뿐이었다. 참석도 안한 상태에서 만장일치로 총무이사에 임명된 서상희 한인부동산협회장은 “총무이사 임명에 동의한 적도 없고 참석도 안했는데 뉴스를 보고서야 (임명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의결사항 가운데 하나인 한인회관 수리 보수기금 50만달러 모금안을 둘러싸고는 작은 해프닝이 연출됐다. 김윤철 회장이 “(회관 수리에) 사실은 70만달러 이상이 들지도 모른다”고 하자 일부 이사가 “실제 필요한 돈을 목표로 해야지 나중에 모자라면 다시 모금하려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어영갑 이사장은 “70만달러라고 하면 한인들이 놀라 돈이 안 걷힐 수도 있어서 낮게 잡은 것”이라고 답변했다. 결국 이 안은 구체적인 모금액은 삭제하고 그냥 ‘한인회관 수리기금 모금안’으로 확정됐다.

이사회가 끝나고 어영갑 이사장이 “이사회비를 준비하신 분은 납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사들이 모두 돌아가고 난뒤 회비 접수 현황을 확인했더니 이사장을 제외하고는 납부자가 한 명도 없었다. 접수를 맡은 사무장은 “첫 모임이라서…다음엔 내겠죠”라며 겸연쩍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일주일전 열린 한인상공회의소 첫 이사회에는 전체 30명의 이사 가운데 25명이 참석해 전원 이사회비를 납부했다.

선거과정을 둘러싼 소송사태와 이로 인한 평판 추락으로 한인회는 한인커뮤니티 대표단체의 자리에서 탈락한지 오래다. 한인회의 자리는 이미 총영사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민주평통이 차지하고 있으며 조만간 한인상의 등에도 밀릴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는 이날 시민의 소리와의 소송에 대응한다며 윤리법사위원회를 신설해 코디네이터로 김일홍 전 회장을 임명하기로 의결했다. 김 전회장은 “최악의 경우 소송에 2~3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법률고문으로 임명된 이정헌 변호사는 “승소하더라도 상대방이 항소하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단체장은 이사회 다음날 기자에게 “이사회가 구성된 것을 보니 한인회가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문제 해결을 위해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50만달러가 아니라 5000달러도 모금하기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사들도 내지 않는 돈을 어떤 외부인사가 낼 것인지 궁금해진다.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