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비빔밥이 어정쩡한 음식이라고?”

본보, 코리안페스티벌 준비과정 동참…짧은 기간에 대규모 행사 치러내

“한인사회 저력 보여준 행사” 평가…아쉬움 있겠지만 객관적 접근 필요

코로나19 팬데믹과 전임 한인회 집행부의 파행으로 3년간 제대로 열리지 못했던 애틀랜타 한인 최대축제 ‘코리안페스티벌’이 오랜만에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와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지난 9일 개막식 및 전야제에 이어 10일 본 행사가 열려 3만명 가량(주최측 추산)이 참가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대회를 별다른 문제 없이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특히 공식적인 준비기간이 2달 가량에 불과해 대회의 정상적 개최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외부에서 참여한 준비위원들과 한인회 임원들의 헌신적인 봉사로 순조롭게 대회를 마쳐 한인사회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받았다.

본보는 페스티벌 준비위원회의 요청을 받고 언론 홍보를 지원하는 일을 맡아 매주 월요일 열리는 모임에 참석해 대회 준비과정을 처음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전임 한인회 집행부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본보의 이같은 행보에 일부에서는 “어용언론이 됐다”는 우스개 섞인 비판도 했지만 코로나로 지친 한인사회에 이같은 행사가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 동참을 결정했다.

정기 모임은 주 1회만 열렸지만 20여명의 준비위원들은 매일 각자가 맡은 업무에 혼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생업이나 가정 생활에 지장이 있지는 않을까”하는 우려까지 들 정도였다. 사실 아무런 보상도 받지 않고 이렇게 헌신적으로 봉사한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로 믿기지 않았다.

20여명의 준비위원들이 결국 최소한 2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행사를 개최한 셈이니 한국인들의 효율성에 감탄하면서도 앞으로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지울 수 없었다. 지난 12일 준비위원회는 행사 사후 평가를 위한 모임을 갖고 이같은 의견을 중점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그런데 평가 모임 다음 날인 13일 밤 준비위원들이 모인 단체 카톡방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한 한인 신문사가 행사가 남긴 숙제와 아쉬움을 지적하는 기사를 게재하자 준비위원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신문은 “타인종 방문객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미흡했다”면서 “그들을 안내하거나 배려하는 자리는 없어 당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에서조차 음식낭비라는 비판으로 자취를 감춘 비빔밥 퍼포먼스는 시대착오적이었고 200인분 넘게 준비한 비빔밤은 사진은 그럴 듯 하지만 실제 먹기에는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어정쩡한 음식이었다”면서 “나눠 받은 비빔밥을 다 먹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쓰레기통에 그대로 버리는 사람이 더 많았다”고 지적한 점이 결정적으로 감정을 자극한 것으로 보였다.

사실 “비밤밥은 보기엔 그럴 듯 하지만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음식”이라는 표현은 일본 우파 언론인 산케이신문의 서울 지국장이 지난 2009년 했던 한식 비하발언에서 나왔다. 현장에서 퍼포먼스에 참여한 주류 사회 인사들은 비밤밥에 큰 관심을 보였고 이들은 물론 10대 공연팀과 자원봉사자들도 비빔밥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어서 “쓰레기통에 버린 사람이 더 많았다”는 내용의 근거를 대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밖에도 행사 방문객의 80% 이상이 타인종이어서 고무적이었다고 했다가 기사 말미에는 “외국인들이 더 많았다는 것이 좋아하기만 할 일은 아니다”라고 주장한 부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한인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해놓고 해당 언론사가 제대로 페스티벌 준비과정을 취재한 적이 있느냐는 분노의 표현이었다.

무엇보다 이같은 기사를 작성하면서 준비위원회 관계자들에게 한번도 코멘트를 요청하지 않고 일방적인 주장만 펼치는 등 기자 윤리에도 둔감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해당 신문사에 대한 광고 보이콧을 실시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등 격앙된 분위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같은 행동은 자칫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잉 대응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지난해 5개 한인단체로부터 비슷한 ‘보복’을 당했던 본보는 당시 해당 단체들에게 반론권을 행사하라고 권고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 기사에 불만이 있을 경우 일단 반론권을 요청하고 이를 거부했을 경우 추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최선이다. 해당 언론사도 이같은 상황을 인식해 현명한 대응을 했으면 한다.

이상연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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