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국 총영사는 뭐하나요?”

대만 대표부, 조지아 주정부에 마스크 10만장 기부

주정부 인사들 “어려운 시기에 관대한 도움” 호들갑

대만 대표부가 주정부에 “필요물품 알려달라” 제의

기아차, 한인사회 등 한국 기여는 아예 언급도 없어

한국 총영사관은 뒤늦은 ‘확진자 통계’만 매일 발표

 

대만 정부가 조지아주에 10만장의 의료용 마스크를 제공하자 조지아 주정부 관계자들이 앞다퉈 “너무나 관대한 기부”라며 감사를 표했다.

애틀랜타 대만경제문화대표부(TECO) 다니엘 헝 임시 대표는 대만 정부를 대신해 21일 조지아주 보건부에 10만장의 마스크를 전달했다. 이 마스크는 N95는 아닌, 일반 의료용 마스크로 시가로는 10만달러, 제조가로는 5만달러 안팎의 물품이다.

이날 보건부 케네소 창고에서 열린 전달식에는 조지아주 재난관리국(GEMA) 찰스 도슨 부국장이 직접 참석해 마스크를 수령했다.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헝 대표를 통해 차이잉원 대만 총통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켐프 주지사는 “대만과 오랜 우정을 통해 이처럼 관대한 기부를 받게 됐다”면서 “차이 총통의 이런 호의를 받게 돼 영광이며 앞으로 조지아주는 대만의 모든 노력을 지원하겠다”며 극진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켈리 로플러 연방 상원의원(공화)도 공식 성명을 통해 “40년 이상 조지아와 대만은 특별한 관계를 맺어왔으며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도움의 손길을 펼쳐줘 감사하다”고 밝혔다. 또한 데이비드 퍼듀 연방 상원의원(공화)도 트위터를 통해 대만의 지원에 감사를 전했다.

이번 기부 성사를 위해 헝 대표와 협력해왔던 브랜든 비치(알파레타, 공화) 상원의원과 맷 달러(마리에타, 공화) 하원의원은 21일 “너무나 필요했던 마스크를 대만 정부가 10만장이나 기부하기로 했다”면서 “주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노력이 대만의 도움으로 결실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날 기부는 애틀랜타 대만 대표부가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 오피스와 비치 의원등 주의회 지도자들을 접촉하면서 시작됐다. 헝 대표는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알려달라”고 물었고 주정부의 응답을 받자 곧바로 대만 정부에 보고해 필요한 마스크를 확보했다. 대만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과의 외교 경쟁을 위해 마스크 등 의료장비가 필요한 국가에 연이어 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정부의 이러한 ‘호들갑’에 애틀랜타 한인사회는 씁쓸한 표정이다. 한 한인 단체장은 “조지아 기아공장에서 첨단 안면보호대를 만들어 지역 병원에 도네이션하고 있고, 한인 인사들과 단체들이 이미 10만장 이상의 마스크를 의료기관 등에 기부했다”면서 “하지만 주정부나 로컬정부에서 한국이나 한인사회의 기여에 대해 감사를 전하는 것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최근 주지사의 코로나19 태스크포스 커뮤니티 위원회에 한인사회만 제외된 것을 비판했던 경제 단체장은 “바로 외교력의 차이”라면서 “애틀랜타 한국 총영사관이 매일 하는 일이라고는 뒤늦은 동남부 6개주 확진자와 사망자 정보를 모아 페이스북에 띄우는 것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대만 정부가 제공한 마스크./TECO
다니엘 헝 대표(가운데)가 찰스 도슨 GEMA 부국장(오른쪽)에게 마스크를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