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의 역사칼럼] 11. 맨해튼의 땅값은 얼마?

한국의 드라마에서 사극을 보다 보면 권세를 함부로 부리는 사람은 많이 나오기도 하고, 그 권세를 이용해 가난한 사람의 토지를 빼앗는 장면도 가끔 보인다. 일제강점기 시대에는 교묘하게 일본사람들이 한국 사람의 토지를 빼앗은 기록은 역사책에도 흔히 등장한다. 토지 주인들에게 토지를 신고하도록 해 놓고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토지는 모두 일본인들이 적당히 탈취했다고 한다.

남의 땅을 빼앗는 데 이용하는 또 다른 방법 하나는 아주 싼 값으로 토지를 사는 방법이 있다. 미국이 국토를 넓힐 때 많이 써먹던 방법의 하나다. 뉴욕의 핵심인 맨해튼을 네덜란드 사람들이 인디언한테서 아주 싼 값으로 샀던 이야기가 아주 흥미롭다.

뉴욕의 맨해튼은 강으로 둘러싸인 섬이다. 면적은 22.83 제곱마일로 별로 큰 땅은 아니다. 그러나 맨해튼은 미국의 노른자위나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부가 뉴욕에 쏠려 있는 데다가 뉴욕의 부가 맨해튼에 몰려 있기에 그렇다. 맨해튼 전체의 땅값은 현재 $1.5 trillion 쯤 된다고 한다. 1조 5천억 달러는 어마어마한 액수이다. 이 땅을 $24에 샀다면 누가 믿겠는가?

현재의 맨해튼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4백 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609년에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가 파견한 영국인 탐험가 Henry Hudson이 뉴욕 일대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옆을 흐르는 강을 허드슨 강이라고 이름 붙였다. 지금도 뉴욕을 관통하는 강을 우리는 허드슨 강이라고 부른다.

그 후 동인도 회사는 물건을 싣고 와서 인디언들과 물물교환으로 모피를 수집해 가곤 했다. 무역 활동이 활발해지자 네덜란드 사람들의 촌락도 생겨났다. 그들은 이 촌락을 ‘뉴암스테르담’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러다가 동인도 회사의 지사장(총독) 미노이트는 1626년에 맨해튼을 아주 네덜란드의 땅으로 만들어 버릴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방법으로 그곳의 인디언들로부터 땅을 사들이는 것이었다.

토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개념이 전혀 없었던 인디언들은 백인들이 돈을 준다고 하니 그냥 좋기만 했다. 그들의 생각에는 땅이란 누구나 공동으로 사용하게 되어 있는데 굳이 돈을 주고 소유권을 갖겠다는 백인들의 생각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정착생활을 하지 않고 유목생활을 하는 그들에게는 계속 옮겨 다닐 것인데 땅을 소유한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본 것이다.

맨해튼 구입장면을 기록한 그림.

이때는 화폐를 이용하는 시스템이 없었던 시절이라 네덜란드 사람들은 인디언들에게 조개껍데기를 실에 꿰어서 만든 ‘왐품’이라는 것과 칼 등등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끼어서 주었다고 한다. 인디언들 사이에서는 ‘왐품’이 장신구 역할 뿐만 아니라, 화폐 역할을 했다. 그들에게 금화나 은화는 아무 의미가 없는 쇠붙이일 뿐이었다. 지금도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가보면 ‘왐품’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하튼 네덜란드 사람들이 건네준 물품을 모두 합쳐 계산하면 그때 화폐가치로 60길더였으며, 달러로 환산하면 $24이라는 것이다.

인디언들이 완전히 허접스런 물건을 받고 $1.5조나 되는 땅을 넘겨줄 정도로 어리석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일부 학자는 이 거래에서 이득을 본 사람들은 인디언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무슨 소린고 하니, $24를 8%의 복리로 4백년 기간으로 계산하면 현재의 맨해튼 여러 개를 사고도 남는 돈이 된다고 한다. 물론 계산상으로 복리의 위력을 설명할 때 쓰는 말이며, 이론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조개껍데기 몇 개 주고 맨해튼을 빼앗다시피 했지만, 약 50년 후 영국과의 전쟁에서 패하는 바람에 뉴욕 일대를 조개 껍데기조차 받지 못하고 영국에게 빼앗기게 된다. 영국은 뉴암스테르담을 왕의 동생의 York공의 이름을 따서 뉴욕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었으며, 그것이 바로 오늘날의 뉴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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