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영사관, 일부 단체장과만 비밀회동, 왜?

12일 낮 둘루스서 모임…한인회장-동남부연합회장 등 불러

이임인사및 증오범죄 관련 한국정부 예산 등 설명위해 마련

한인 비대위 “총영사가 명분 쌓으려고 한인사회 이용” 성토

애틀랜타총영사관(총영사 김영준)이 12일 낮12시 둘루스 한 한식당에서 극소수의 한인단체장만을 초청해 비밀리에 회의를 가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모임에는 총영사관측에서 김영준 총영사와 이광석 부총영사, 강형철 경찰영사가 참석했고 한인사회 대표로는 김백규 아시아계 증오범죄 대처 범한인대책위원장과 최병일 동남부한인회연합회장, 김윤철 애틀랜타한인회장, 그리고 아시아계 신속대응팀을 대표해 박사라 KAC 애틀랜타지회장이 초청됐다.

김영준 총영사는 이날 모임을 취재하려는 기자에게 “비공개이니 들어올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회의 후에 식당을 떠나는 과정에서도 회의 배경에 대해 함구했고,  “내일(13일) 한인회에서 주최하는 단체장 초청 행사에 참석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 참석자는 본보에 “한국 정부가 특별히 지원하기로 결정한 미국내 아시아계 겨냥 증오범죄 피해자 돕기 및 증오범죄 반대운동 한인단체에 대한 지원 예산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인줄 알고 참석했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한국 정부가 예산을 지원한다고 하기에 패밀리센터 같은 곳으로 일원화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모임에서 총영사는 이러한 설명은 하지 않았으며 대신 아시아계 겨냥 증오범죄에 대처와 관련, 비대위에 참여하지 않고 “총영사관과 함께 별도의 태스크포스를 만든다”고 발표한 한인회의 행동을 놓고 참석자들 간에 논쟁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원래는 취소됐던 모임이었는데 지난 주말 다시 만나자고 해서 모인 것”이라면서 “총영사가 이임전에 인사를 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한인회의 13일 모임이 화두가 돼 고성이 오갔다”고 전했다. 그는 “김영준 총영사도 내일 한인회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모임에 앞서 지난 9일 범한인비대위의 단체 카톡방과 저녁 모임에서 한 한인단체장이 “그동안 아무 것도 안하던 김영준 총영사가 한인 단체들이 자체적으로 열심히 하고 있는 아시아계 증오범죄 대처 캠페인에 한인회를 끼워넣고 한국정부의 지원금을 빌미로 자기의 업적을 쌓으려고 한다”면서 “이러한 사실을 한국 정부에도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인회는 그동안 비대위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갑자가 13일 한인단체들을 초청해 증오범죄 대처 태스크포스를 만든다고 예고하자 비대위 내부에서는 이에 분노하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비대위 한 관계자는 “단체 카톡방과 모임 도중 발언 내용을 총영사관과 가까운 한 단체장이 총영사관에 알렸고 총영사가 이를 무마하기 위해 모임이 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한인 경제단체장은 “한인회가 13일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처럼 산하단체도 아닌 한인 단체장들을 소집한다는 식으로 공문을 보내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면서 “총영사가 일부 인사만 불러놓고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단체장은 “총영사가 가능하면 많은 한인사회 관계자들을 함께 초청해서 이임인사도 하고 한국정부의 입장과 지원책을 설명하면 좋을텐데, 항상 이런 식으로 한다”면서 “우리는 한국 정부의 지원금도 필요없으며 총영사가 주는 돈도 아닌데 왜 한인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윤수영 기자

범한인 비상대책위원들이 19일 애틀랜타 총격사건이 벌어진 골드스파를 찾아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