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역대 최대폭 상승…매물 ‘실종’

S&P 지수 14.6% 급등…교외주택 사재기 현상까지

미국의 주택시장 과열이 더 심해지고 있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4월 전국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14.6%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987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34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10개 주요도시 주택가격지수는 14.4%, 20대 주요 도시 주택가격지수는 14.9% 각각 급등했다.

◇ 모기지 금리 최저…교외주택 사재기 현상까지

애리조나주 피닉스가 전년 동월보다 22.3% 치솟아 23개월 연속 전국에서 가장 집값이 가장 크게 오른 도시가 됐다. 샌디에이고, 샬럿, 클리블랜드, 댈러스, 덴버, 시애틀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S&P다우존스지수의 크레그 라자라 글로벌지수투자전략 본부장은 “4월 집값 지표는 진짜 비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교외 주택에 대한 강력한 수요가 집값 급등을 불러왔지만, 팬데믹 종식과 무관하게 앞으로 몇 년 동안 주택 매수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사상 최저로 내려가면서 많은 미국인들이 교외 주택을 사재기하는 분위기다. 주택공급 부족과 강력한 수요가 만나며 집값은 기록적 수준으로 치솟았다. 목재 원자재 가격급등도 최근 주택가격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미국의 주택시장 과열은 다른 통계 지표로도 확인된다.

연방주택금융청(FHFA)이 이날 공개한 4월 집값 상승률은 15.7%로 1991년 이래 3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 22일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공개한 5월 기존주택 매매 중위가격은 35만300달러로 집계돼 사상 처음으로 35만달러 선을 돌파했다.

◇ 수급균형까지 요원…금리인상 압박

주택 매물이 늘기 시작했다는 신호는 있다. 지난주 상무부에 따르면 5월 매물로 나온 신규 주택공급은 전년 동월 대비 5.8% 늘어난 33만채를 기록했다. 현재 매매 속도라면 5.1개월 안에 소진되는 물량이다. 지난 1월의 경우 신규 공급물량은 3.6개월 안에 소진되는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신규 물량은 늘었다.

질로우의 매튜 스피크맨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몇 주 사이 매물이 늘었다는 것은 활황(red-hot)의 주택시장에서 휴지기가 시작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급 균형이 맞춰진 시장으로 돌아 가려면 한참 남은 것 같다고 스피크맨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집값 급등이 조만간 수그러들 것이라는 신호는 거의 없다고 그는 전했다.

집값 급등은 기준 금리를 결정하는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 위원들의 관심사에도 들어 왔다. 보스턴 연준의 에릭 로젠그렌 총재는 이번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미국 주택시장이 “과열과 붕괴 사이클”(boom and bust cycle)을 감당할 수 없고 이는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례로 대출 없이 현금만으로 주택 경매시장에 뛰어든 이들이 흔하다고 로젠그렌 총재는 말했다.

댈러스 연준의 로버트 카플란 총재 역시 연준이 매달 400억달러의 모기지를 매입해 주택시장을 지지하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값 급등은 전반적 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끼친다. 주택 임대료는 소비자가격지수에 포함된 상품 바스켓의 1/3를 차지한다고 ING의 제임스 나이틀리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말했다.

미국 주택가격지수 추이(S&P케이스실러 전미주택가격지수, 전년비)© 출처-파이낸셜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