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종말시계 3년째 100초전…”문명의 종말 근접”

미국 핵과학자회 설정…”제자리라고 위협 안정된 건 아냐”

“우크라 위기·군비경쟁·민주주의 퇴행 등에 실존위협 여전”

인류가 당면한 실존적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구 종말 시계'(Doomsday clock)가 3년 연속 100초 전을 유지했다.

미국 핵과학자회(BAS)가 20일 지구 종말 100초 전을 가리키는 시계를 공개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이 주축이 돼 1945년 창설한 BAS는 지구 멸망 시간을 자정으로 설정하고, 핵 위협과 기후변화 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947년 이래 매년 지구의 시각을 발표한다. 올해는 지구 종말 시계가 첫선을 보인 지 75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2019년 자정 2분 전으로 접근했던 지구 종말 시계는 2020년에는 자정 전 100초를 가리킨 뒤 3년째 같은 자리에 머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지구 종말 시계가 현상 유지를 한 것은 희망적인 신호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독일 dpa통신은 진단했다.

하지만, BAS는 시계가 자정으로 더 가까이 가지 않은 사실이 위협이 안정됐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BAS는 작년 초반에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New Start)의 갱신 등 긍정적인 사건도 있었으나,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이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놓고 각축을 벌이는 등 국제사회의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실패에 불복한 사람들이 작년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을 폭력적으로 점거한 것에서 단적으로 나타나듯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인류가 처한 가장 시급한 위기 중 하나로 꼽히는 기후 변화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작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렸으나 구체적인 행동 계획 없이 말 잔치로 끝난 것도 지구 종말 시계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물리학과의 레이먼드 피러험버 교수는 “작년 우리는 믿기 어려운 기후 습격을 목격했다. 북미의 열돔 현상을 비롯해 세계 곳곳이 화재와 가뭄, 홍수로 신음했다”면서 “하지만, 인류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로로 감축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앞으로 다가올 재난들의 맛보기에 불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BAS는 또한 과학자들의 현재 초점이 코로나19 대처에 집중돼 있으나, 각국 정부가 항생제 내성 증가 등 다른 생물학적 위협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10년 안으로 새로운 팬데믹이 닥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BAS는 아울러 가짜 뉴스의 범람으로 과학에 대한 믿음이 약화하고, 문제에 대한 인류 공동의 해결 능력이 훼손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한편, 1947년 자정 7분 전으로 시작한 지구 종말 시계는 미국과 소련이 경쟁적으로 핵실험을 한 1953년에는 2분 전까지 가 자정에 바짝 다가섰다. 이후 미소 간 전략무기감축협정이 체결된 1991년에는 17분 전으로 늦춰지는 등 매년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Courtesy: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 Thomas Gaul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