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범죄 용의자 82% 기소조차 안돼

“대부분 증거불충분”…다른 연방범죄 비해 기소율 매우 낮아

'아시아계 증오범죄 방지법' 서명하는 바이든 미 대통령

(워싱턴 AP=연합뉴스) 지난 5월 20일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가운데)이 민주당 소속 상·하원 의원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3번째)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시아계 증오범죄 방지법안에 서명한 후 사용한 펜을 참석자에게 건네주고 있다.

미국이 최근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 급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그동안 증오범죄 용의자 중 재판까지 회부되는 비율은 매우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미 법무부 자료를 인용해 2004년 10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증오범죄 용의자 1천864명 중 82%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고 8일 보도했다.

기소된 비율은 17%에 불과했고, 1%는 약식재판을 담당하는 치안판사가 사건을 맡았다.

다만 증오범죄로 기소될 경우 절대다수가 유죄로 이어지고, 유죄 비율 역시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증오범죄 유죄 비율은 2005~2009년 83%였다가 10년 후인 2015~2019년 기간엔 94%로 올라갔다.

또 기소된 이 중 85%는 평균 7.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는 등 중죄로 처벌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중국 바이러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반중 감정이 커지고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가 급증하자 증오범죄 엄단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법무부는 증오범죄에 대한 자료 수집 개선, 조사와 기소의 우선 처리 등 범죄 추적과 기소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황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5월 아시아계 증오범죄 보고와 수사 강화 등을 담은 아시아계증오방지법에 서명하는 등 취임 후부터 아시안 차별 및 폭력 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미 애틀랜타 총격 현장서 증오범죄 근절 촉구하는 현지 한인들

(애틀랜타 EPA=연합뉴스)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연쇄 총격사건 현장 중 한 곳인 스파업체 ‘골드스파’ 앞에서 지난 3월 19일 현지 한인들이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3월 16일 애틀랜타 일대에서는 21세의 백인 로버트 에런 롱이 마사지숍과 스파 등 3곳을 돌며 총격을 가해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아시아계 6명 등 8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미국은 인종, 피부색, 종교, 국적, 성적 지향, 성 정체성, 장애 등에 기인해 유발된 폭력을 연방 증오범죄로 규정했다. 또 47개 주에는 증오범죄 관련 자체 규정이 있다.

로이터는 증오범죄 기소율이 다른 연방 범죄보다 훨씬 낮은 것에 대해 정부가 증오범죄에 관한 집중도를 높이겠다고 했지만 이 일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