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훈춘서 대낮 백두산호랑이 출현

야행성이라 대낮 출현 극히 드물어…”길 비켜달라” 소리치니 공격 안 해

중국 훈춘에서 대낮에 출현한 백두산 호랑이(중국 명칭 동북 호랑이)의 선명한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22일 하이커신문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4시께 훈춘의 한 산길에서 촬영된 백두산 호랑이와의 조우 영상이 중국 검색 사이트 바이두에 올라왔다.

차량 안에서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36초 분량의 영상에는 선명하게 찍힌 호랑이 한 마리가 등장한다.

촬영자가 “현지인이다” “길을 비켜달라” 소리쳤고 호랑이가 서서히 가로막고 있던 길에서 이동했다. 길옆 나무 사이로 자리를 잡은 호랑이는 촬영자 탑승 차량이 지나갈 때까지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은 채 엎드려 있었다.

촬영자는 “산 정상에서 돌아오는 언덕에서 마주쳤다”며 “호랑이를 본 것은 처음이었고, 가장 가까웠을 때는 2m 거리에 불과했지만, 긴장되지는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의 북한과 러시아 접경 지역은 야생 백두산 호랑이의 집단 서식지다.

지난 4월 23일 헤이룽장성 미산에서 야생 호랑이 한 마리가 주민을 공격하는 등 민가까지 침입해 주민에게 덤벼들고 소나 돼지 등 가축을 잡아먹는 사례가 적지 않게 일어난다. 야행성이라 주로 한 밤 중에 활동하는 백두산 호랑이의 모습은 야생 동물 관찰을 위해 설치해놓은 폐쇄회로(CC)TV에 종종 포착되지만, 이번 영상처럼 대낮에 선명한 모습이 잡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중국 당국은 2017년 이후 4년간 지린과 헤이룽장 일대 서식지 보호에 공을 들여왔다.

그 결과 이 지역 백두산 호랑이 개체 수는 27마리에서 50마리로, 백두산 표범은 42마리에서 60마리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10월 지린과 헤이룽장 일대 1만4100㎢를 백두산 호랑이 및 표범 국가공원으로 지정했다. 규모는 서울 면적의 약 23배에 달한다.

중국 훈춘에서 대낮에 포착된 백두산 호랑이 [하이커신문 캡처]